[김재희의 한라시론] 노인의 긴 하루, 즐겁게 놀 수 있는 제주를 꿈꾸며

[김재희의 한라시론] 노인의 긴 하루, 즐겁게 놀 수 있는 제주를 꿈꾸며
  • 입력 : 2024. 10.31(목) 03:00  수정 : 2024. 10. 31(목) 09:01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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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올해 고령사회연구센터에서 2024년 제주지역 노인실태조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와 비교하니 건강, 경제, 이웃관계 등에서 긍정적으로 개선된 지표들이 확인됐다. 반면, 부정적인 변화를 보인 수치도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여가활동 영역이다. 자신의 여가활동에 만족한다는 노인 비율은 2020년 47.7%에서 2024년 37.5%로 4년 전보다 10.2%p 낮고, 노인을 위한 사회문화 프로그램 및 공간 부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0년 23.3%에서 2024년 32.1%로 8.8%p 높아졌다. 이는 제주 노인들이 일상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있는지, 제주의 노인 여가활동 공간이 부족하지 않은지를 돌아보게 한다.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놀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쉽게 접하곤 한다. 정말 제주에 어르신들을 위한 여가 장소가 없을까? 제주에는 대표적인 노인여가복지시설로 손꼽히는 경로당이 473개가 있다. 경로당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친목 도모, 취미활동, 건강프로그램 참여, 식사 지원 등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고연령층 어르신들이 이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분들은 이용을 꺼린다. 즉, 현재 경로당은 다양한 연령층의 여가활동 장소로 기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다음 제주의 주요 노인여가복지시설인 노인복지관은 분관을 포함해 3개가 있다. 노인복지관은 어르신들이 교양, 취미생활, 사회참여활동 관련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노인복지관을 한번 이용한 어르신들은 그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현재 도내 노인복지관들은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이용자가 많아 프로그램 참여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 참여자를 추첨으로 선정하고 있어 추첨에서 떨어진 분들은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고 기약 없이 참여 순서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2025년, 제주는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점차 건강하게 여생을 즐기고 활기차게 보내려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노인여가복지시설이 노인들의 다양한 여가문화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는지를 검토할 때다. 기존 인프라들이 노인의 여가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경로당을 여러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 이용인원에 비해 규모가 협소한 노인복지관 건물 확충, 읍면지역 노인복지관 증설을 통해 이용자 분산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의 인생은 짧지만 하루는 길다." 올해 고령사회연구센터 어르신 정책모니터링단 위원님의 말씀이 아직까지도 심금을 울린다. 어르신들이 하루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무료하지 않은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제주, 어르신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제주 사회를 꿈꿔본다.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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