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경의 건강&생활] 생명의 양식

[신윤경의 건강&생활] 생명의 양식
  • 입력 : 2025. 01.08(수) 05:30  수정 : 2025. 01. 08(수) 15:16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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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시국과 느닷없는 참사로 새해인 듯 새해 아닌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이 기막힌 상황은 그간 우리 사회에 누적돼 온 병폐와 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으며,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부와 권력을 좇는다. 이것이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사는 세상이다 보니 누군가의 '마음대로'는 다른 누군가의 불편과 억울함을 낳게 된다. 그래서 인간 사회는 양심이라는 윤리와 제도화된 법을 통해 '내 마음대로'를 제어한다. 인간의 역사는 어찌 보면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의 '마음대로'에 의해 그렇지 못한 이들이 받게 되는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또한 인간 사회는 집단주의에서 각자도생의 개인주의를 거쳐 연대하는 개인의 문화로 나아가고 있으며, 하나의 표준에 맞추던 사회에서 다양한 기준이 인정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팽배한 물질주의 시대를 거쳐 점차 영성이 깃든 물질의 시대, 즉 반생명(Antilife)의 시대에서 생명의 시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어우러지는 삶으로 진보하고 있다.

세상에는 언제나 상반되는 힘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은 변해 간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약육강식 대 약자 보호', '각자도생 대 연대', '표준 대 기준의 다양화', '물질주의 대 전체론(Holism)', '혐오와 차별 대 존중과 환대', '반생명 대 생명'의 힘들이 불꽃을 튀기며 충돌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분단'과 '반공'의 색안경이 씌워져 관점과 판단이 왜곡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근현대사는 봉건사회에서 식민지로, 6·25 전쟁과 분단으로, 이후 독재와 국가 폭력, 이에 맞선 민주화 운동으로 소용돌이치며 흘러갔고, 이로 인해 상반된 입장 사이에는 뿌리 깊은 상처와 불신이 존재한다. 이 격한 분열의 간극을 어찌 메울까.

인간의 생명은 타자와 주고받는 관심과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를 사랑할 때, 우리는 그와 생명의 기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명을 북돋는다. 부와 권력을 좇을 때에도 그 최종 목적은 충만한 생명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본 목적을 망각한 채 타자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그 관계에서 사랑을 꽃피우지 못하고 그의 생명은 병든다.

이제껏 유구한 인류 역사의 흐름이 그러했듯, 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쳐 우리는 보다 약자를 보호하고, 서로 연대하며, 기준을 다양화하는, 전체로서 살아가고, 타자를 존중·환대하며, 서로 생명을 북돋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언제나처럼 저절로는 아니다.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포기 없는 애정과 평화로운 참여의 힘으로.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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