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사물이 갑자기 두 개로 보이면? 뇌졸중 의심!

[김연덕의 건강&생활] 사물이 갑자기 두 개로 보이면? 뇌졸중 의심!
  • 입력 : 2024. 10.30(수) 07:30  수정 : 2024. 10. 30(수) 09:4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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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환자를 보다 마음이 아찔해질 때가 있다. 연세 드신 '양안 복시(兩眼 複視)' 환자가 오실 때다.

복시란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시각 이상으로, 눈의 조정 능력이 흐트러져 발생한다. 당장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뇌신경학적, 안과적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허투루 넘기면 안된다.

복시는 크게 단안 복시와 양안 복시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증상과 원인, 관련된 질환에서 차이가 있다.

단안 복시는 한쪽 눈으로 볼 때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이다. 이 경우 각막, 수정체, 망막과 같은 구조적 안과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흔하게는 눈의 굴절 이상이다. 난시, 노안 등 안경이 필요해지면 둘로 보인다. 노인에서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이 있는 경우도 단안 복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 안구건조증, 각막의 상처, 망막질환 등도 단안 복시를 일으킬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안과적 영역이다. 잘 오셨다.

그런데, 양안 복시는 두 눈을 뜨고 있을 때 사물이 두 개로 보이며, 한쪽 눈을 감으면 도로 괜찮아진다. 이는 두 눈이 정확히 한 곳에 초점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다. 양안 복시는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뇌신경, 즉 제3, 제4, 제6뇌신경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이 신경들은 각각 상하, 좌우, 회전 등의 다양한 안구 움직임을 제어한다. 제3뇌신경(동안신경)은 대부분의 안구 근육을 조정하며, 이 신경이 마비되면 눈꺼풀이 처지거나 동공 확장이 나타날 수 있고, 눈이 위로 올라가거나 안쪽으로 움직이지 못해 복시가 생긴다. 제4뇌신경(활차신경)은 상사근을 담당해 안구를 아래로 돌리고 내측 회전을 조절하는데, 이 신경이 손상되면 계단을 내려가거나 고개를 숙일 때 복시가 심해진다. 마지막으로 제6뇌신경(외전신경)은 외직근을 지배해 눈을 바깥쪽으로 움직이게 하는데, 이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눈이 바깥으로 움직이지 못해 역시 복시가 발생한다.

이러한 신경 마비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뇌졸중일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뇌졸중은 뇌혈관의 폐색이나 출혈로 인해 발생하며,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 해당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돼 여러 신경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뇌졸중 외에 뇌동맥류나 뇌종양 때문일 수도 있다. 뇌질환이 의심되면, 즉시 뇌 영상 검사를 해야 한다. 뇌 MRI나 CT 촬영을 통해 뇌의 구조적 손상을 확인하고, 해당 신경 경로에 손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한편,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이 있어도, 마비 사시에 의한 양안 복시가 생길 수 있다. 뇌질환이 아니라 대사질환에 의해 발생한 복시는, 6개월 정도 기다리면 8-90%는 저절로 사라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가 물러나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 점도가 올라가면서 뇌졸중 발생 우려가 높아진다. 연세 드신 분들은 모자를 쓰시는 등 머리를 보온하는 데 조금 더 신경 쓰시면 좋겠다. 눈 앞이 갑자기 두 개로 보인다면, 한쪽 눈을 감아 보시라. 한쪽 눈을 감았을 때 두 개로 보이면 안과, 떴을 때 두 개로 보이면 뇌신경센터로, 지체하지 말고 달려가셔야 한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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