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로 살다가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에게 글쓰기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가족을 챙기는 것 이외에 개인적 욕망을 가진 아내 혹은 엄마로 비칠까봐 염려해 초창기에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만의 일"이라 칭하기도 했고, 1996년 인터뷰에선 "취미로 하기엔 힘든 일"이라고 했다. 결국 박완서에게 글쓰기는 전신을 던지고 자신을 버리는 고통인 동시에 온전한 나로 다가서는 이기적인 도구였다.
저자인 여성학자 양혜원은 박완서 작품을 통해 박완서에게 글쓰기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전함으로써, 저마다의 상처로 힘겨워하는 우리를 치유로 이끌어준다. 저자는 박완서 소설을 꿰뚫는 핵심을 '평등과 연애' '섹스와 임신', '트라우마', '고통', '독립'이라는 키워드로 뽑아내고 공감적 연구를 보여줌으로써,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마흔 입문자들에게 위로와 힘을 실어준다. 진정 나다운 삶으로 가기 위해 어떤 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마흔 줄에 인생이력을 바꾼 박완서의 이야기는 등대인 셈이다.
저자는 독자로 시작해 박완서 연구자가 됐지만 박완서를 학술적 연구대상이 아닌 보다 일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그려내 항상 우리 곁에 살아있기를 바랐다. 이야기의 효능을 믿었고 자신의 이야기가 다양한 효능을 발휘해 독자를 위로하고 웃기기를 바랐던 박완서의 뜻처럼.
연구자나 소설가는 늘 그들이 알면 더 고통스러운 것들을 파헤친다. 하지만 그 애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별개의 몸으로 존재하는 인간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읽는고양이.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