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국내 경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운수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화물차량 등 대부분의 산업 차량들은 경유로 운행되는데, 최근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운반비 등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제주지역 주유소의 리터(ℓ)당 경유 평균 가격은 1991원을 기록했다. 도내 주유소 ℓ당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 20일 2060원을 기록했는데, 도내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6월 27일 2046원 이후 13년 9개월 만에 또 다시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최근 일주일간 도내 주요소 ℓ당 평균 경유 가격을 일별로 보면 20일 2060원, 21일 2058원, 22일 2058원, 23일 2028원, 24일 2023원, 25일 2022원, 26일 1992원, 27일 1991원 등을 기록했다.
이 처럼 도내 경유 가격은 최근 최고치를 찍고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2000원대 가까이 육박하고 있는데다 휘발유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27일 오후 기준 도내 주유소의 ℓ당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46원으로 경유 가격(1991원)과 55원까지 좁혀지는 등 휘발유 차량에 비해 유지비가 덜 든다는 경유차의 장점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날 주유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유 가격 급등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디젤 차량이 비중이 큰 유럽 지역에서 경유 수요가 많은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유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유값에 민감한 중기덤프, 화물트럭 등 운수업계에서는 치솟는 기름값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25t 덤프트럭 운전자 A씨는 "조만간 어쩔 수 없이 운반비를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차량 할부비도 아직 다 못갚았는데, 최근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하루종일 운전해도 남는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함께 유가보조금도 삭감하면서 화물노동자에게 있어 그 효과는 전무하다"며 "대기업 화주들도 원가 비용이 제대로 반영된 운송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전국적으로 화물업계의 유류비 부담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