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제주4.3 74주년] (5)유적지 보존과 활용

[특별기획/제주4.3 74주년] (5)유적지 보존과 활용
미래세대와 만나는 역사 현장 공감대 넓혀야
  • 입력 : 2022. 04.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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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연구소 2차 전수조사
과거 주요 유적 소실 사례
주기적 모니터링 등 필요
제주도 5년 정비계획 수립
동네 유적 바로 알기부터

제주도가 제주4·3연구소의 현장 조사 등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확인한 4·3유적은 802개소에 이른다. 소실되거나 중복된 유적을 제외한 규모로 제주시에 473개소, 서귀포시에 329개소가 흩어져 있다. 제주도와 4·3 관련 기관·단체에서 이들 유적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꾸준히 만들어온 한편에 개발 바람에 없어지는 곳도 적지 않다. 4·3이 살아있는 역사임을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유적에 대한 보존과 활용 대책에 관심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4·3유적 약 75%가 사유지에 위치=4·3연구소는 2003~2004년에 이어 15년 만인 2018~2020년 제주도 모든 마을을 대상으로 4·3유적 2차 전수조사에 나섰고 246개소의 유적을 추가로 발굴한 결과물을 두 권의 보고서에 새롭게 담아냈다. 4·3유적 유형은 잃어버린 마을, 4·3성, 학살터, 은신처, 민간인 수용소, 주둔지, 희생자 집단 묘지, 추모공간, 비석, 역사현장 등으로 나뉜다. 제주시에는 학살터(109곳)와 잃어버린 마을(86곳)이 많았고, 서귀포시는 학살터(65곳), 4·3성(43곳) 비중이 높았다.

유족이나 4·3경험자 등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누비는 과정에서 1차 조사 당시의 유적이 사라진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2005년 지정된 19곳의 주요 4·3유적 중 하나였던 한림읍 상대리의 뒷골장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 여러 채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사된 4·3유적의 약 75%는 사유지에 있고, 각종 개발 행위 등으로 훼손될 우려가 그만큼 높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부터는 이·통장 등 226명을 유적지 돌봄·관리를 위한 명예감독관으로 위촉했고, 개발 인허가 시 4·3유적지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행정 내부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지만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동현 4·3연구소 연구원은 "2차 전수조사 결과에서 보듯 4·3유적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새로운 유적지 발굴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등록문화재인 수악주둔소. 한라일보DB

▶관음사·아미산 일대 문화재 등록 추진=제주도는 2019년 수립한 4·3유적지 종합관리계획(2020~2024년)에서 총 577억5300만원을 투입해 주요 유적 30개소에 대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종합계획 이후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주정공장 옛터, 곤을동, 수악주둔소, 정방폭포, 중문신사터, 백조일손지묘가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조형물 설치 과정에서 지역 민원이 제기되거나 토지 매입을 위한 개별 협의가 더딘 상황이다. 4·3유적지 보전과 활용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높이는 일 역시 과제다.

일각에서는 4·3유적의 보존 방안 중 하나로 등록문화재 등록을 꼽는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수악주둔소에 이어 올해는 관음사·아미산 일대 4·3복합유적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4·3유적 활용이 확산돼야 한다. 제주도는 2015년 동광마을을 시작으로 6곳에 탐방 코스인 '4·3길'을 냈고 올해는 2곳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4·3연구소에서는 2차 전수조사가 실시된 163개 자연마을 각각의 4·3 이야기에 주목하고, 읍·면 단위의 4·3평화기행 자료집도 제작해 널리 보급하길 바라고 있다.

현행 제주도 유적지 보존·관리 조례에는 교육감에게 4·3유적지가 청소년의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에 적극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강덕환 제주작가회의 회장은 "초·중·고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4·3유적을 바로 알고 찾아보는 일부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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