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제주4·3 ‘멈춤’과 ‘중단’ 더 이상 반복은 안돼야

[고대로의 백록담] 제주4·3 ‘멈춤’과 ‘중단’ 더 이상 반복은 안돼야
  • 입력 : 2022. 04.04(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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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4월 어느날 부친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다. 그 해 여름 선친과 막역한 사이였던 친구분이 묘지를 찾아 무덤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작고하신 ‘조작간첩’ 희생자인 고 이장형씨이다. 고인은 1984년 조총련 간첩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98년까지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그해 8·15특사때 가석방돼 감옥에서 나온후 선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한걸음에 산소로 달려오셨다. 고인은 6·25때 해병대 장교로 참전해 금성무공훈장을 받았으며, 73년부터 고산지역 예비군 중대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 표창 등 각종 표창을 받았다. 이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간첩으로 몰려 푸른정춘을 교소도에서 다보내고 세상에 나왔다.

고인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의 도움으로 지난 2008년 12월 19일 무죄를 선고 받았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67일동안 고문을 받아 간첩으로 몰렸던 고인이 24년만에 간첩혐의를 벗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는 2006년 12월 12일 죽는날까지도 간첩이란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했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까지 서스럼없이 자행했던 정권이 바로 보수정권이다. 이제 5월이면 그 후예들의 정권이 시작된다. 다소 우려감이 있지만 고문과 인권유린, 불법 등으로 국민을 탄압했던 과거 보수정권의 과오를 씻는 일들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4·3사건으로 인한 ‘뒤틀린 가족관계’를 정정하는 것도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제주도민들의 ‘뒤틀린 가족관계’는 보수 독재정권의 폭력으로 파생된 피해이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은 과거사 정리의 피해회복 과정에서 필수적인 절차이다.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적시하는 관행이 확립되지 않았던 1948년 4·3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가족관계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것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가족이 희생되는 피해가 발생한 결과물이다.

제주도민들은 희생자 가족이라는 사실이 기록될 경우 낙인과 연좌제 피해를 겪게 될 것을 우려해 다른 사람의 호적에 입적하기도했다. 4·3으로 부모가 사망해 큰아버지 또는 작은아버지의 자식으로 등재되거나 먼 친척의 자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유아사망 등으로 호적에 출생신고 없는 상태에서 희생이 되기도 해 실종선고 청구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10일 출범하는 새정부는 일반적인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의 절차규정보다 간소화된 절차를 마련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이 필요한 유족들의 시간적.비용적 부담과 번거로움을 덜어 주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 줘야 한다.

4·3사건으로 인한 ‘뒤틀린 가족관계’를 정정하는 것은 12만 희생자와 유족의 바람이다. 제주4·3문제 해결은 늘 보수정권하에서는 '멈춤'과 '중단'의 연속이 었다. 새정부에서는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각종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느려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고대로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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