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나무 기원 논란 재점화... 산림청 부랴부랴 대책 마련

왕벚나무 기원 논란 재점화... 산림청 부랴부랴 대책 마련
"국립수목원, 우리 고유종 '왕벚나무' 생물주권 포기" 주장 제기에
산림청, 소속기관과 토론회 열어 의견 조율하고 해결책 모색하기로
학계선 "왕벚나무 기원 확실히 밝히려면 정교한 유전체 분석 필요"
  • 입력 : 2022. 04.10(일) 13:36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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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 한라일보 DB

속보=국가 연구기관인 국립수목원이 제주가 자생지인 우리나라 고유종 '왕벚나무'의 생물주권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본보 4월 7일자 1면)된 것과 관련해 산림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계에선 보다 정교한 왕벚나무 유전체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 등에 따르면 국립수목원이 2018년 발표한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 보도자료와 연구 결과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산림청은 소속기관인 국립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과 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만간 주최 대상과 참여 범위 등을 확정해 토론회 일정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6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라고 한 국립수목원의 발표는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국립수목원은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가 기원과 종이 다른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발표했다"며 "왕벚나무가 일본산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출신인 김 소장이 국립수목원의 발표를 정면 반박한 것이어서 두 기관의 상위기관인 산림청 내부에선 이번 논란의 원인을 파악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왕벚나무 기원을 놓고 서로 다른 행보가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김 소장은 국립수목원이 '일본 왕벚나무'라고 밝힌 재배 왕벚나무도 그 기원은 제주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일본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과 달리 지난 2월 출범한 한 사단법인은 "국내에 심어진 왕벚나무 대부분이 일본산"이라며 이를 제주 자생 왕벚나무로 바꿔 심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사단법인의 회장은 국립수목원장을 지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2018년에 발표한 논문에) 아무래도 유전 연구가 들어가고 자생 왕벚과 재배 왕벚을 구분하기 위해 썼던 용어들이 일반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며 "산림청도 산림청에 적을 뒀던 학자들의 의견이 다른 상황이니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능하면 국가적 단위에서 한목소리를 내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왕벚나무 기원 논쟁이 다시 불붙자 학계에선 그 해결책으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섭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논문은 왕벚나무 전체 유전체를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우수하다"면서도 "왕벚 유전체에 대한 기초연구(유전체 분석 초안)이지 왕벚의 기원을 밝히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결과를 가지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기술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논문을 보면 일본·미국 왕벚나무 타입과 같게 나온 제주 관음사 왕벚나무도 (국립수목원이 '제주 왕벚나무'라고 발표한) 봉개동 왕벚나무와 모계가 같다는 기술이 이뤄졌는데, 제주 왕벚과 일본 왕벚을 아예 다른 거라 보고 있다"며 "1세대 교잡종 나무의 경우엔 특히나 엄마가 있는 곳에 아들이나 딸이 있기 때문에 모계가 같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이는 자생종인 왕벚이 제주에서 탄생해서 일본으로 이전됐을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관음사 왕벚나무의 부계를 찾고, 일본 측 주장에서 에도히간(일본 올벚)과 오오시마 벚나무, 오래된 소메이요시노(왕벚나무의 일본명) 간의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면 그 기원이 확실히 밝혀질 것"이라며 "여러 교잡 조합으로 왕벚나무가 탄생했을 가능성을 두고 보다 정교한 한·일간 '왕벚나무 친자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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