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제주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이 정부의 무사증 입국 재개와 맞물려 6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국토교통부에 제주노선 국제선 운항허가를 신청해 전세기를 띄울 준비를 하는 국내·외 항공사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2년 4개월만의 무사증 입국 재개 시점에서 제주는 다시 '외국인시장 다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무사증 입국이 재개되지만 코로나 이전 무사증 입도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중국은 코로나로 도시 봉쇄 상황인데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도 여전히 진행형이어서다.
지난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97%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다 겪었던 대혼란에서 보듯 특정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최악의 상황시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돌아보면 제주의 외국인 관광시장은 일정 주기로 특정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왔고 대내외 변수에 따라 출렁거리곤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숫적으로 최대 손님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09년 18만3000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침 2008년 제주에 한국에선 유일하게 중국인의 무사증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중국인이 늘어나며 2009년 중국인(25만8400명)이 일본인을 처음 앞질렀다. 한국내 사드 배치로 중국내 여행사들이 한국단체관광 취급을 중단한 2017년 3월 직전인 2016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관광객(360만3000명)의 85.0%(306만1500명)는 중국인이었다. 당연히 중국인이 끊기면서 받은 관련업계의 충격은 굳이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대만 관광객도 씀씀이가 커 한때 고부가가치 손님으로 꼽혔던 적이 있다. 2007년 9만3200명이 방문했었는데, 2008년 제주~대만 타이베이노선에 주 98편을 운항하던 대만 원동항공의 부도로 2009년엔 4만1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적마다 특정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성찰과 주문이 있었다. 봄날이 생각만큼 길지 않았던 그간의 경험에서 나온 지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 제주공항을 기점으로 운항된 국제노선을 보면 별반 달라진 게 없어보인다. 정기편의 경우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 25개 노선이 운행됐다. 2019년 한 해 비정기편까지 포함하면 총 53개 노선이 운항됐는데, 이 가운데 중국(23개 노선)과 일본(11개 노선) 비중이 64.2%를 차지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내국인관광객 수요로 코로나 이전의 수준을 대부분 회복한 것은 방역 부담 등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데서 누리는 반사이익임을 우린 모르지 않는다. 다행히 BTS, 오징어게임 등으로 한국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높다는 건 분명 호재다. 제주다움의 가치와 매력을 알릴 수 있는 홍보마케팅으로 오래도록 머물고 재방문 수요까지 자극할 수 있는 체류형 휴양관광지 제주 만들기는 언제 닥칠지 모를 악재에도 덜 휘청이는 단단한 제주를 위한 길이다. <문미숙 경제산업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