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치르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막바지에 다다라 이제 끝이 보인다. 대선의 영향으로 짧아진 선거 기간 속에서도 당내 경선과 공천 과정에서의 마찰음, 고소·고발과 '네거티브 공방' 등 지난 선거에서 으레 거쳐왔던 수순들을 차근차근 밟아온, 선거는 역시 선거였다.
글의 의도가 빤히 보이는 제목을 달아봤다. 자칫 공약을 대하는 후보들의 자세 혹은 마음가짐이 가벼워질까 우려를 담은 노파심이라고 해두자. 스스로 '지역 일꾼'임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쏟아내는 '말의 향연'속에서 유권자들이 마땅히 들고 있는 무게 추의 가치가 제대로 빛나길 바라는 마음도 곁들였다.
선거공보물이 발송되기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선거 후보자들의 5대 공약을 게시했다. 4명의 제주도지사 후보들이 내놓은 5대 공약엔 교통·도시·주거·청년·환경·관광·농업 정책을 비롯 코로나19 일상회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창출 등을 위한 저마다의 공약이 담겼다.
그 가운데 문화정책의 밑그림이 명확히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후보들의 선거공보물을 걷어보면 그나마 일부 관련 공약들이 보인다. 여기에 선거 과정에서 정책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됐을 수도 있겠으니, 놓친 부분은 기자가 과문한 탓이겠다.
자리를 옮겨 도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온 지 3개월쯤 됐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곳곳의 문화예술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일을 하며 다양한 소식을 전해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문화예술계를 비롯 지역 경제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그 길목에서 진행되는 선거이기에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의 무게는 더 무거워야 한다. 나아가 선언적 수준의 약속으로 그쳐서도 안될 것이다.
이달 초 지방선거 정책 어젠다를 취재하는 도중 도내 예술인 및 관계자들에게 건넨 질문에 어떤 이는 막힘없이 현재 문화예술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쏟아냈고, 어떤 이는 한숨부터 쉬었다. 개선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넘쳐나지만 '이번에는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에서 나온 표현이었으리라 해석해본다.
문화예술계로 좁혀 보면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 발굴과 실현가능한 실천 계획 수립이 차기 도정의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역 풀뿌리 문화계의 자생력을 키우고 문화예술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견고히 구축돼야 제주도가 표방하는 '문화예술의 섬'으로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도백은 선거기간 공약을 비롯해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제주문화예술의 섬 활성화 전략 등에 담긴 이미 발굴된 문화정책과제들도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묻힌 정책들도 다시 가다듬고,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실천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27~28일 사전투표가 마무리됐다. 공약이 유권자들의 선택의 기준이 되었길 바란다. 오늘, 내일이 지나면 본 투표일이다. <오은지 문화체육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