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차기 도정에 고함

[문만석의 한라칼럼] 차기 도정에 고함
  • 입력 : 2022. 05.31(화) 00:00
  • 김채현 수습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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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지방정부가 구성된다. 선거 과정의 우여곡절이 어떻든 승자와 패자는 나뉘고 선거의 치열함을 뒤로한 채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탄식이 교차될 것이다. 저마다 장밋빛 구호와 희망의 내일을 공약하며 누군가의 표심을 공략하고 자신이 무거운 그 책무의 적임자임을 호소했다. 그렇게 선택된 승자의 당선에는 유권자의 찬성과 반대의 의지, 거부와 회피의 의지가 결합돼 있다.

차기 도정의 앞에는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이 가로놓여 있다. 7년째 지속되는 제2공항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회복도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인구 유입에 안주하기에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협하고 난개발과 넘치는 쓰레기는 기후 위기와 더불어 현재의 제주를 숨쉬기 힘들게 만든다. 제주의 근간인 1차 산업과 관광산업의 해묵은 과제의 해결도 만만치 않고, 제주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차기 도정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약은 공적인 약속이지만, 우리 정치사에서 공약은 일방적 선언에 불과했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과 정책으로 제주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각 분야 관련 전문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선심성 공약을 도려내고 이권 개입의 여지를 없애며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된 단기 처방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의 방향성이 설정돼야 한다. 말뜻 그대로 공약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약속의 엄중함에 충실하게 설계되고 이행돼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정실 인사와 보은 인사를 배제하고 널리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등용해야 할 것이다. 제주는 인재의 보고이다. 척박한 땅에서 지금의 성취를 이룬 것은 제주도민의 옹골찬 교육열에 힘입은 뛰어난 인재와 도민의 내재된 힘이 결합한 결과이다. 육지와 제주를 막론하고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메기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좋은 인재는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지난한 1%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제주는 인구와 예산 등에서 전국 1%의 틀에 갇혀 있었다. 최근 급격한 인구 유입과 관광객의 증가 등으로 물질적 1%의 한계는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1%는 우리 삶을 옥죄고 있다. 차기 도정은 외형적 수치의 덫에서 벗어나 특별자치도민의 특별함을 아우르는 삶의 질을 제고하고 특별한 도민의 주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해야 한다. 차기 도정이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소소한 삶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정의 방향이 도민의 삶으로 향하고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바라건대 모두의 마음에 성공한 도정으로 남을 수 있기를… 출발에 부치는 헌사로 갈음한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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