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곁에 두고 바라보는 두 사람서로에게 나침반 되어 주는 존재나이 초월 열린 마음으로 통하다소원 종이가 안내하는 희망 여정평판 아닌 마음의 소리 따랐으면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가는 백 살의 '머리'와 하고 싶은 것도 즐길 것도 많은 열 살의 '제이슨'이 만들어 내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능함과 절망 대신 열 살에게 힘이 되어 주는 희망을 선택한 '머리'는 '제이슨'에게서 삶의 동기를 찾고, '제이슨' 또한 '머리'를 통해서 이해심을 키워간다. 이들을 지켜주는 용기 있고 밝은 '티어건'의 존재도 또 다른 기적이 된다.
(저자 조 사이플, 출판사 써네스트)
▶대담자
▷김미자: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진동환: 농부
▷김정숙: 달리기를 좋아하는 주부
▷원정숙: 현재를 즐기고픈 중년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함께하는 '동행' 회원 등이 '다섯 가지 소원'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원정숙, 김정숙, 진동환, 김미자씨.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김미자(이하 위원) : 책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진동환(이하 진) :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근면과 자립의 중요성만 강조하던 세대들에겐 변화가 익숙지 않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옳은 일과 합법적인 일 사이에서 망설임 없이 옳은 일을 선택한 주인공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길은 있는데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게 문제다.
▷김정숙(이하 김) : 가족 간에는 행동이 대물림된다는 사실과 함께 아버지의 역할에 관한 생각을 했다. 주인공 '머리'의 100세 인생이 그저 얻어진 게 아니라, 80년간의 화목한 부부관계가 건강한 삶의 원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원정숙(이하 원) : 삶의 이야기이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백 살과 열 살이 친구라는 설정과 둘 다 죽음을 곁에 두고 바라봐야 하는 조건이 나이를 초월하는 공통의 관심사로 연결됐다고 본다. 나이를 초월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 : 인상 깊은 인물이나 장면이 있다면?
▷진 : '머리'가 '제이슨'의 다섯 가지 소원을 보고 전율을 느낄 때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죽기 위해서 사는데, 살기 위해 삶의 애착을 갖는 '제이슨'의 소원 종이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삶의 동기가 없는 '머리'의 삶이 '제이슨'으로 인해 동기가 생긴 것 같다.
▷김 : ‘티어건’이다. 늘 유쾌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 사랑스럽다. ‘제이슨’과 ‘머리’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티어건’의 마음이 느껴졌다. 주변을 웃게 만들고 용감하고 유쾌한 ‘티어건’의 이미지가 부럽기도 하고 멋있다.
▷위원 : 백 살 된 주인공 '머리'가 셰비를 몰면서 "젊음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 그것을 움켜쥐고 행동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젊음에게 허락되는 하고 싶은 경험이 있다면?
▷진 : 운동신경이 없다. 레저스포츠나 다양한 스포츠 취미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 나이가 들어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될 때 아쉬움을 덜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 : 가슴 뛰는 일, 욕구, 욕망이 곧 젊음이다. 나이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여전히 젊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은 일 년 정도 일상의 모든 걸 내려놓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마음이다.
▷김 : 지금이어야만 가능한 것들, 번지점프 같은 스릴 있는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위원 : '머리'와 '제이슨'은 서로에게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자신에게 그런 존재가 있다면?
▷진 : 친구이다. 힘들거나 모르는 게 있을 때 가까운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면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준다. 길을 잃고 헤맬 때 해결책은 결국 찾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이다. 의지가 있으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김 : 아버지의 존재가 많은 힘이 되어 준다. 아버지와 함께할 때 의식적으로 많이 웃게 된다. 고맙다. 머리와 제이슨처럼 아버지와 그런 관계가 되는 것 같다. 아버지도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원 : 종교이다. 신은 늘 가슴 떨림이 있는 존재이고, 즐겁게 임하게 되는 대상인 것 같다. 종교적인 이해와 판단으로 선택하게 되는 일들이 많다.
▷위원 : 책 속에서 '머리'는 아들들을 안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음에 후회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들 방식대로 마음을 표현하는 '티어건'과 '티어건'의 엄마를 보며 감탄한다. 자신은 어떤가?
▷진 :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는 삶에 익숙하다. 우리 세대는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내 삶은 내 방식대로 사는 게 맞다. 가족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게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원 :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이고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기분 나쁘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김 : 공격적인 사람들을 보면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구나 하게 된다. 억눌린 감정의 표출로 보여서이다. 부모로부터 주변의 평판에 신경써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자연적으로 몸에 밴 습관이 되었다. 불편함을 느낀다.
▷위원 :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진 : '가족'이다. '머리'와 '제이슨'이 서로 만나지 못했다면 '제이슨'은 열 살에 원망과 분노 속에서 시한부의 삶을 마감했을 것이고, '머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능함과 절망 속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이들은 가족 같은 관계가 되면서 삶의 동기가 생겼고, 결국은 기적으로 이어졌다.
▷김 : '존재'이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역할이 전반적인 메시지로 다가왔다. 아버지로서 '머리'의 위치와 역할, '제이슨'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 등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끝없이 두 아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아쉬움을 떠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원 : '설렘'이다.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섯 가지 소원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소원이 이루어질 때마다 느낀 설렘이 삶의 이유가 되어 주었다.
▷위원 : 끝으로 나에게 '책'이란?
▷진 : 무료할 때 심심함을 달래주는 존재다.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현실의 문제를 책을 통해 투영해보며 도움을 얻게 된다. 책 속에서 만나는 적절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서 현실에 맞게 해석하며 뭔가를 결정하고 선택하게 된다.
▷원 : 힘들 때 찾게 되는 친구 같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 없는 일들을 책을 통해서 풀어낸다. 고급스러운 대화를 하는 기분이다.
▷김 :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행위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위로와 도움을 얻기도 한다. 흥미롭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한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걷기와 이야기가 있는 '동행'
'동행'은 초등학교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비정기적인 모임이다. 한 달에 1~2회 정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일상의 삶과 역사, 그리고 책을 이야기한다. 가끔 감정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익숙한 관계들이라 뒤탈이 없다. 동창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