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선거가 이번에도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 '깜깜이' 선거로 치러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육감 직선제 대신 다른 대안들이 주목받고 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는 총 90만3천227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928표)의 2.6배에 달한다. 유권자들이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이념대결이 되고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등 폐단이 속출하자 제도를 바꾸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대통령 임명제→간선제→직선제…정치성향 대결로 변질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고, 1991년부터 2006년까지는 교육위원회 또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선출됐다.
간선제에서 지연, 학연 등이 동원되는 조직선거로 변질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데다 교육감 선거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2007년부터 직선제가 도입됐다.
현 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당이 선거에 관여할 수 없고 교육감 후보자도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진보 대 보수의 정치 성향 대결 구도로 치러지며 정당제도에 근거한 자치단체장 선거 이상으로 정치색 대결로 진행됐다.
교육감 후보에 대한 낮은 관심 때문에 오히려 후보의 정책 공약보다는 진영이나 이념에 따라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진 박사과정생과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가상준 교수가 쓴 '교육감 선거의 특징 분석: 후보자는 이념을 유권자는 정당을'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의 교육감 선거 유권자 총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교육감 선거의 투표 참여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낮은 관심과 참여는 교육감 선거를 후보자와 정책 중심보다는 정치적 요인과 환경에 휩쓸리는 선거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를 경우 예산 등을 두고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잦다.'
◇ 시·도지사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 대안 제시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는 '시·도지사 임명제', '러닝메이트형 주민직선제', '제한적 주민직선제' 등이 제시돼왔다.
시·도지사 임명제는 교육감 후보자를 시·도의회가 추천하면 검증절차를 거친 뒤 시·도지사가 이들 중 교육감을 임명하는 제도다.
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면 지자체장과 교육감 사이 갈등의 소지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교육감 후보자들이 지자체장에게 줄을 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직선제의 본래 취지였던 '지역자치'와 주민 참여 보장에 어긋난다는 결정적인 한계도 있다.
러닝메이트형 주민직선제는 미국의 대통령-부통령처럼 시·도지사 후보자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출마하는 형태다.
입후보 단계부터 교육감 후보자를 정해 유권자들이 미리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시·도지사와 교육감 사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정당이 있는 시·도지사와 정당이 없는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를 시행한다면, 러닝메이트를 정하는 방식은 시·도지사와는 방식이 달라야 합리적"이라며 "안 그러면 (교육감들이) 정치적인 행보에 더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립성을 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 성향 대결을 피할 수 없다면 유권자들이 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아예 교육감도 정당 공천을 받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학부모, 교직원, 교육청 직원, 사립학교법인 관계자 등 교육과 관계있는 사람들만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는 제한적 주민직선제도 제안된다.
교육에 관심이나 이해가 높은 사람들이 교육감을 뽑는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지만, 지자체의 교육비용을 부담하는 모든 주민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안들 역시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므로 큰 틀에서의 제도 개편보다는 직선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가 최선은 아니지만, 다른 제도로 바꾼다고 해서 더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교육감 선거의 정치색을 없애고 교육감 제도에 대해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찾으며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감 선거의 투표자 연령을 대폭 낮춰 정책 결정권자를 그 정책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이 직접 뽑도록 함으로써 연관성과 관심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박남기 교수는 "선거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공약을 개발해보고, 후보 공약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14세부터 투표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도 찬반 논쟁이 나올 수 있다. 앞서 18세까지로 선거권을 확대할 때만 해도 교실의 정치화에 따른 갈등 발생,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대안은 딱히 없다"며 "직선제를 그대로 두고 개별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선진국도 '천차만별'…미 14개주에서 직선제…독일·프랑스 임명제
선진국에서는 교육감을 임명하는 경우도 있고 주민이 직접 뽑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주마다 교육감을 뽑는 방식이 다른데, 주 정부의 주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임명하는 경우가 25개주,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경우가 11개 주다.
주민이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 주는 14개 주인데 이 중 8개 주는 교육감의 정당 공천이 인정되고 나머지 6개 주는 정당 없이 출마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의 교육청 대신 교육위원회가 있는데, 이 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교육위원은 지방단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한국의 교육감에 해당하는 교육장은 교육위원회가 교육위원 중에서 임명한다.
독일은 주마다 교육부와 교육부장관이 있고, 또 주마다 교육행정 체계가 다르다. 주지사가 주교육부장관을 임명하고 주교육부장관이 주교육청장을 임명한다.
프랑스는 교육감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의회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지방 의회는 교육감의 교육 권한을 제한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