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건강&생활] 덤벙대는 나, 혹시 치매일까?

[이소영의 건강&생활] 덤벙대는 나, 혹시 치매일까?
  • 입력 : 2022. 06.08(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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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점 중 하나가 잘 잊고 덤벙댄다는 점이다. 지갑이나 휴대전화 같은 것들이야 수도 없이 잃어버렸고, 중요한 약속을 까맣게 잊는다든지, 약속을 뒤늦게 깨달아 부랴부랴 준비하다 어마어마하게 늦게 돼 곤경에 처하는 일이 자주 있다. 학창 시절엔 하루가 멀다 하고 지각을 했고 숙제도 빠뜨렸고 시험이 있는 줄도 모르다 그 날 학교에 가서 시험 날인 줄 알게 된 적이 많다. 매일 같이 벌을 서고 매를 맞았는데 버릇을 못 고쳐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주위에 폐를 끼쳐가며 곤란하게 지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버지가 미국을 방문해 계신다. 함께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시계를 풀어 두고 온 거 같다며 혼비백산 하시기에 갔던 장소에 서둘러 돌아가 보니 시계는 없고 더 중요한 지갑과 여권이 놓여 있었다. 시계는 알고 보니 애초에 집에 두고 가셨었다. 다 찾았으니 다행이다! 라고 위로했지만 할아버지가 되신 지금도 여전히 잘 잊고 허둥대고 계신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진 않겠구나 싶기도 하다.

아버지는 이게 아무래도 치매가 시작되는 신호 같다며 낙담하곤 하신다. 이것은 치매일까? '잊어버리는 것'이라면 치매의 증세 중에 하나가 맞기는 한데 '잊는다'는 것도 자세히 보면 단순히 한 가지 증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치매는 노화와 관련한 병리적 과정으로 뇌에 퇴행적인 변화가 일어나 본래 있었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본래 기억할 수 있었던 것, 이를테면 가족의 이름을 잊었다면 치매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많지만, 아버지나 나의 경우처럼 증상이 소아기부터 시작된 경우는 치매보다는 본래 어떤 기능이 결핍 또는 오작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질환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방송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어린이와 보호자가 치료와 상담 받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ADHD는 대표적으로 주의력,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하고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기 힘든 증상을 보이는 병인데, 이 질환에서 또한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증상이 실행 능력의 장애이다. 실행 능력이란 일을 관리하고 처리해 나가는 능력, 즉 해야 할 일을 기억하고, 중요한 순서를 정하고 조직하는 등의 능력을 말한다. 무얼 자꾸 잃어버리고, 빠뜨리는 등의 문제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치매보다는 치료받지 못한 ADHD 문제일 가능성이 더 많다.

ADHD 를 가진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기 쉽지만 어릴 때 증상을 잘 조절해주고 그러한 성향을 장점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면 멋진 백조로 거듭나기도 한다. ADHD 치료는 소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성인도 해당된다. 약을 통한 치료도 효과가 있고, 약 없이 행동 교정을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기도 한다. 이 글을 읽고 내 이야기인가 싶은 독자가 있다면, ADHD 진단 및 치료를 한 번 고려해 보시기를 권한다. <이소영 미국 하버드의대 정신과 교수·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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