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숙의 한라시론] 사람중심의 풍요로운 제주공동체의 모습은?

[민무숙의 한라시론] 사람중심의 풍요로운 제주공동체의 모습은?
  • 입력 : 2022. 06.09(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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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도정과 12대 제주도의회가 다음 달 정식으로 문을 연다.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은 그 안에 무엇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상상으로 설레게 하는 일이다. 오영훈 당선인은 사람중심의 풍요로운 제주공동체를 만들 것을 공언한 바 있다. 도민들은 이제 부푼 기대를 안고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그동안 자체적인 생활체감형 양성평등정책('더 제주처럼')추진을 통해 제주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안전 분야, 가족관계, 여가만족도, 교육·직업훈련 등 여러 성평등지표 평가에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성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제주, 정주하고픈 제주의 비전을 품을 때 저출생 시대를 넘어 풍요로운 공동체가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의제를 제안한다.

최우선적으로 제주여성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와 공간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일자리정책 전담팀을 만들어 빠르게 변하는 노동시장에 여성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에 맞춘 전문적인 진로설계, 취업역량, 창업지원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특히 맞벌이 증가와 근로문화 변화추세에 걸맞게 성별 근로실태 및 임금공시제 실시, 일·생활균형을 위한 기업의 성평등·가족친화경영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제주사회도 가족규모의 축소, 한부모 가구, 1인 가구 등 가족 유형이 다양해지고 삶의 질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정확한 실태 파악에 근거한 세밀한 정책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가족유형별로 부모의 양육역량을 지원하고 아동의 안전과 복리, 권리를 증진시켜 아동청소년 친화도시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애주기별로 촘촘한 돌봄 생태계를 마을별로 구축하는 동시에 돌봄 종사자의 일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생활터전에 정주할 수 있는 마을 환경을 조성하는 일 또한 공동체 형성에 핵심적 의제이다. 특히 도와 교육청이 파트너십을 구축, 대상별·기관별 성평등인식 교육을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젠더폭력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청소녀와 여성의 건강권이 제고될 수 있는 정책도 더 발굴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주여성 문화유산의 보존과 가치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 이미지로 소비되는 제주여성이 아닌 역사적 주체로서 제주여성의 노동과 공동체 기여의 역할에 대한 조명작업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기반을 강화해 글로벌한 위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일을 위하여 성평등·가족정책 추진체계의 강화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2대 제주도의회는 절반 이상의 초선의원(25명)과 2030세대의 입성(3명), 20%를 차지한 여성의원(9명)으로 특징지어진다. 새롭게 구성된 의회가 민선8기 도정과 함께 풍요로운 제주공동체의 모습을 만들어주기를 도민들은 기대한다. <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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