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체·쓰레기 가득한 폐가에 비춘 '희망'

동물 사체·쓰레기 가득한 폐가에 비춘 '희망'
60대 남편 발목 절단 등 노부부 열악한 생활
제주보호관찰소 재범방지활동 과정서 확인
기초생활 보장금 나오지만 대부분 병원비로
보호관찰소 긴급지원금 함께 주거환경개선
  • 입력 : 2022. 06.20(월) 11:2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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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부가 살고 있던 폐가. 각종 생활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폐가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던 노부부가 보호관찰소의 도움으로 희망을 얻었다.

20일 제주보호관찰소와 제주보호관찰협의회 제주시서부지구(회장 이병철) 관계자 10명은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폐가에서 주거환경개선을 실시했다.

이 폐가는 부부 관계인 A(60대), B(50대·여)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사는 곳이다. A씨는 당뇨합병증으로 발목이 절단돼 거동이 어려웠고, B씨도 췌장염과 알코올중독으로 온전한 생활이 어렵게 되면서 살고 있던 월셋방을 빼고, 주거비가 들지 않는 폐가로 향한 것이다. A씨 부부에게는 매달 100여만원 정도의 기초생활 보장금이 나오고 있지만, 병원비 등으로 충당하면 남는 게 없는 상태다.

A씨 부부가 살고 있던 폐가. 각종 생활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폐가 주방에는 수도 시설이 없을 뿐더러 A씨 부부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동물 사체와 배설물, 생활쓰레기가 뒤섞인 상황이었다.

이들 부부의 상태를 발견한 것은 제주보호관찰소였다. 과거 전과로 A씨가 '전자감독 대상자'로 등록, 재범방지를 위해 주거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A씨 부부의 열악한 생활이 확인된 것이다.

제주보호관찰소는 A씨 부부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우선 주거비와 병원치료비 등 2000만원 이상을 지원했다. 이어 20일에는 쓰레기 수거와 더불어 인테리어 기술을 보유한 보호관찰 대상자의 도움을 얻어 해당 폐가의 수도시설 설치와 창문 수리 등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는 B씨에게는 제주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 이달 초부터 금주 상태를 유지토록 했다.

20일 제주보호관찰소와 제주보호관찰협의회 제주시서부지구(회장 이병철) 관계자 10명은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폐가에서 주거환경개선을 실시하고 있다.

A씨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의 도움으로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게 됐다"며 "배우자와 서로 의지하면서 재범하지 않고 잘 살겠다"고 말했다.

유정호 제주보호관찰소장은 "건강이 좋지 않고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상자를 지원하는 것은 원활한 사회 복귀는 물론 재범 방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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