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제주언론인클럽 아카데미에서 김문환 고려대 연구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한라일보] "인류 역사에서 사람 형상을 띠는 인물 조각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훑어보면 제주 돌하르방의 기원과 용도를 추정할 수 있을 겁니다."
24일 열린 제주언론인클럽 아카데미에서 특강에 나선 김문환 고려대 연구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제주언론인클럽은 이날 한라일보 3층 회의실에서 회원 대상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김 연구교수는 이날 '돌하르방과 석상의 기원을 찾아'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람 조각의 기원인 비너스(지모신)부터 파라오 조각, 무덤 전신상, 그리스 로마 인물상 등으로 이어지는 인물 조각사를 설명하며 돌하르방의 유래를 살폈다.
김 연구교수는 돌하르방의 유래에 대한 4가지 설(북방초원(몽골) 전래설, 남방해양 전래설, 중국-한반도 전래설, 제주 자생설)을 언급하며 이 중 "중국-한반도-제주 전래설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사진 왼쪽부터 제주 돌하르방(국립제주박물관), 15세기 명나라 무관석(낙양 박물관), 15세기 조선 세종 무관석(여주 영릉). 세 개의 조각상의 머리와 눈, 손 동작이 유사하다. 사진=김문환 고려대 연구교수
그는 "제주 돌하르방과 15세기 명나라 무관석, 조선 세종 무관석을 비교해 보면 모자와 눈, 손 동작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7세기 당나라 이후 중국 문화가 신라에 전파돼 한반도 본토로 들어오고 조선시대에 제주가 조선의 영토가 되면서 이러한 문화가 유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고분 수호상인 무관석보다 돌하르방 형태가 소박한 것에 대해선 "그리스의 세련된 조각도 스키타이로 넘어가면서 소박한 돌 석상으로 바뀐다"며 '문화접변'(문화변용, Acculturation)이라는 개념을 꺼냈다.
김 연구교수는 "한 지역에서 이웃 지역으로 문화가 전파될 때 그 지역 특성에 맞게 바뀌게 된다"며 "'고분 수호석상'이던 무관석의 용도도 제주로 들어오면서 '마을 수호상'으로 변경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영필 제주언론인클럽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번 아카데미가 제주의 매력적인 가치를 문화자원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로 이어졌으면 한다"며 "연말에 개최하는 세미나가 현안 중심의 의제를 다룬다면 아카데미는 회원 간의 지적 교류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제주언론인클럽 아카데미 참석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