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국에서 초·중·고·대학까지 마친 재미동포 수학자인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기사가 지난주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 지면과 온라인을 달궜다.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허 교수의 부친을 통해 전해진 내용으로 "아들이 고교 때 건강이 좋지 못해 야간 자율학습을 빼달라고 요청했는데 학교에선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거부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결국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비록 단편적인 일화이긴 해도 새삼 공교육의 오늘을 돌아보게 했다.
교육감 선거는 '그럼에도' 공교육이 '희망 사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교육 경력자들이 열전을 벌이는 장이다. 출마자들은 교육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되길 기대하는 학부모 등 선거권자들의 열망을 안고 공교육 강화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을 붙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1일 취임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소통', '학력 격차 해소' 또는 '학력 신장'이라는 두 개의 열쇳말을 강조하며 제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8년 만에 제주교육 수장이 바뀐 때문인지 일각에선 큰 변화의 폭을 예상하지만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추려진 5개 영역 50개 과제에 들어 있는 신제주권 여중·고 신설이나 이전, 예술·체육학교 신설 또는 전환, 제주시 평준화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읍면 지역 학교 활성화, 제주형 자율학교 개발·운영 등은 오랜 기간 제주교육의 관심사로 다뤄온 것이다. 이와 별개로 내부형과 초빙형 교장공모제 보완 과제의 경우엔 김 교육감이 2009년 모교인 제주제일고 공모 교장에 응모해 임용됐던 경력을 들며 공약의 진정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거기다 핵심공약 중 하나로 각계각층을 참여시켜 꾸리겠다는 미래교육 도민소통위원회는 취임 후 반년이 흐른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앞서 인수위는 4년 임기 동안 김광수 교육감의 제주교육 운영 기조를 담아 내세울 교육지표를 느닷없이 전국에 걸쳐 공모했다. 공약을 구체화하며 세부과제를 관통하는 문구를 뽑아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총 82건이 인수위에 접수됐지만 취임일 제주도교육청 중앙현관 앞에 새겨진 '올바른 인성,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미래교육'은 특정 당선작이 아니라 교육감의 뜻을 반영해 새로 작명한 거였다. 김 교육감은 취임식에서 이 같은 새 교육지표를 설명하면서 "제주교육의 방향을 오로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만을 바라보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취임사 말미에는 원고에 없었던 "다 안고 가겠다, 다 가지고 가겠다"는 말도 꺼냈다. 전임자가 펼친 정책까지 포용하겠다는 취지이겠지만 아이들의 앞날이 걸린 일을 손바닥 뒤집듯이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해당 발언을 파격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 제주교육 곳곳엔 아이들이 있다. 앞으로의 4년은 그 아이들에게 다가올 어떤 날들에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머리에 놓인 소통이 그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진선희 행정사회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