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의인 홍성직 원장의 영전에 부쳐

[열린마당] 의인 홍성직 원장의 영전에 부쳐
  • 입력 : 2022. 07.12(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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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 떠난 그날 한밤중 단비가 내려 한라산이 맑게 개었다. 허나 낮게 깔린 비구름은 우중충, 남은 이들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처음 만난 것은 한 이십 년 되었을까? 모 방송사의 패널로 만난 자리였다.

이후 우리는 무심하게 지내다 바람결에 만나 이러저러한 화제로 웃고 떠들고, 음악도 듣고, 마츠모토에선 임의 색소폰 연주를 청하기도 하고, 사할린에서는 외과의가 뜬 연어회를 먹으며 즐거워했었다. 서로 어딘가의 장이 됐을 때 상호 교류협정을 맺기도 했었다. 물론 의사와 환자로 만난 적도 있었다. 낭종을 떼 낸 흔적이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맞다. 임은 의인(醫人)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치료하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추구하는 의인이다. 임의 의원은 홍성직 외과이고, 생태 공동체 초록생명마을이며, 문화 공간 안단테 칸타빌레이다.

누구든 언제든 귀한 생명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람. 섬세한 외과의의 손과 따뜻한 마음, 아름다운 이상과 열정적 실천을 겸비해 언제, 어디든지 임이 필요한 곳이면 달려갔던 사람. 제주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생태계를 직접 가꾸고 제주와 제주외국인의 평화공동체를 추구했던 사람. 그리해 임을 의인(義人)이라 부른다.

생명의 진리는 죽음의 자연스러움을 포함한다고 하지만 차마 떠나보낼 수 없음을 어찌 할까? 옛 만사(輓詞)의 한 구절을 빌어 애절한 마음을 전한다.

푸른 하늘이여! 참으로 믿을 수 없나니, 한낮의 푸르름이 여전한데 어찌 떠나시는가?

모두의 마음에 '모심'이 되리니 그 뜻이 영원무궁 만세에 전해지리라. <심규호 지구마을평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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