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석의 하루를 시작하며] 산책 길, 생존 위기에 처한 소중한 한 생명

[정한석의 하루를 시작하며] 산책 길, 생존 위기에 처한 소중한 한 생명
  • 입력 : 2022. 07.20(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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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길에서 산책로에 지렁이가 기어 다니면서 죽어가고 있거나 밟혀서 죽어있는 비참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초여름·가을에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자연의 섭리에 의한 현상이라 생각하면서 그냥 지나칠 때도 있지만 때론 이 상태로 놓아두면 얼마 안 돼 햇볕에 말라 죽게 될 실제상황에서는 살릴수 있는 지렁이를 주변의 작은 나뭇가지로 풀숲에 가끔 놓아주고 갈 때가 있다.

이러한 지렁이의 모습에서 슈바이처의 지렁이에 얽힌 일화가 떠오른다. 슈바이처는 독일의 신학자·철학자·음악가·의사로서 아프리카 가봉의 랑바레네에 병원을 건설, 원주민의 의료 사업 등 인류의 행복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산책 길에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바닥에 말라 죽거나 살아서 기고있는 지렁이를 발견하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의 마른 풀줄기나 작은 나뭇가지로 잔디밭에 놓아주고 갔다고 한다. 작은 관심과 배려로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한 생명을 살려보려는 아름다운 마음씨에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성임을 반추해 보며 한 인간으로서 잔잔한 자긍심과 감동을 느낀다.

이 일화를 접한 후부터는 이런 모습의 지렁이를 목격하게 되면 전보다 더 애처로워 보여 풀숲이나 잔디밭으로 옮겨준다거나 또 다른 생물들도 잘 살펴서 밟히지 않도록 더 조심해지며 그의 생명존중의 아름다운 행위가 연상돼 함께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지렁이 생태에 관한 생물학적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먼저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봤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비가 그친 다음에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피부로 호흡하는 지렁이가 평소에는 땅 속에서 생활을 하다가 비가 오면 땅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 땅 밖으로 나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아스팔트나 시멘트와 같이 흙이 없는 바닥에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가 그치면 딱딱한 바닥에 있다가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방황하다가 결국 말라서 죽게되는 것이다. 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지렁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에 있어 중요한 위치의 생물로 우리에게 아주 이로운 생명체다. 지렁이의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은 자연의 섭리라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렁이가 땅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원리를 상상, 통찰해 볼 때 땅 밖으로 나온 지렁이의 사활(死活)은 지렁이 나름에 근원적 원인이 있음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지렁이 자신이 땅 밖으로 나올 때 흙이 없는 딱딱한 바닥이 아닌 흙이 있는 부드러운 땅 위로 이동한다면 비가 그쳤을 때 땅 속으로 쉽게 다시 들어갈 수 있어 살아날 수 있다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인간의 생존 위기도 각인(各人)의 삶의 나름에 근원적 원인이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정한석 前 초등학교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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