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항암치료와 중심정맥도관

[한치화의 건강&생활] 항암치료와 중심정맥도관
  • 입력 : 2022. 07.20(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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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30년 전 강사로 근무할 때 미국서 담낭암 수술을 받은 노인이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다. 우측 앞가슴의 톡 튀어나온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에 주사를 맞았다고 하면서 낚시 바늘처럼 생긴 주사 바늘을 건네 줬다.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라 당황했지만, 미국 연수를 마친 혈관외과 교수님께 여쭤보고 어렵게 주사를 놓았던 기억이 난다.

피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거나 수액을 주입하기 위해 손등과 팔뚝, 팔의 오금 피부 아래에 보이는 푸른색 핏줄에 주사바늘을 찌른다. 이런 혈관들을 '정맥'이라고 하고, 이 속으로 피가 심장을 향해 되돌아간다. 양쪽 팔의 정맥들과 머리에서 목으로 내려오는 정맥들은 가슴 속 깊은 곳의 굵은 정맥인 상대정맥으로 흘러 들어간다. 상대정맥이 가슴 속 중앙에 있어서 이를 중심정맥이라고도 부른다. 오랜 기간 주사를 반복해서 맞아야 하거나 검사를 위해 주사 바늘에 자주 찔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가 바로 히크만이라는 특수 재질의 도관(영어로 카테터)이다. 주로 급성백혈병의 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환자들에게 사용되며 도관의 한쪽 끝은 중심정맥에 있고, 반대쪽 끝은 피부 밖으로 노출돼 있어 주사를 놓거나 혈액을 채취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카테터의 한쪽 끝이 몸 밖에 노출돼 있어서 목욕할 때 오염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한다.

이후에 개발된 케모포트(chemoport)는 피부 아래 심어 놓은 손톱 만한 크기의 작은 인조혈관 주머니이다. 히크만 카테터과 마찬가지로 도관의 한쪽 끝이 중심정맥에 위치하지만 반대 쪽 끝은 케모포트에 연결돼 있다. 이 장치는 빗장뼈 조금 밑에 있는 피부를 작게 절개해 그 속에 넣고 고정한 다음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그 위를 피부로 덮어야 하는 작은 수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채혈 하거나 수액주사를 놓을 때마다 낚시 바늘 형태의 특수한 주사바늘을 사용한다. 혈관 주머니가 피부로 덮여 있어 주사를 놓지 않을 때 목욕이나 활동이 자유롭다.

요즘은 오랜 기간 사용할 계획이 없는 경우에 히크만 카테터나 케모포트 대신 팔에 있는 정맥혈관에 직접 가느다란 카테터를 중심정맥까지 밀어 넣어 사용하는 말초중심정맥관(PICC)을 자주 사용한다. 중심정맥관을 사용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항암제가 팔에 있는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오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고, 특히 몇몇 항암제들은 주변 피부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입혀 피부 이식을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결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항암제를 같은 정맥에 반복 주사하면 혈관이 굳어지고 혈관을 따라 피부색이 검게 변한다. 항암제를 반복 주사하다 보면 아무리 조심해도 이러한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로 인해 중심정맥관이 추천된다. 이밖에 오랜 기간 자주 혈액검사와 수혈을 해야만 하는 환자들과 자기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노인에게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한치화 제주대학교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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