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愛빠지다] (6)농사짓고 가공하는 하수정 씨

[2022 제주愛빠지다] (6)농사짓고 가공하는 하수정 씨
"제주, 연중 노지재배 가능한 최적지"
  • 입력 : 2022. 07.28(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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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한 하수정씨는 친환경으로 허브와 채소류 농사를 짓고 가공 판매도 한다. 이달 15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직거래장터 올바른농부장에서 그를 만났다. 문미숙기자

[한라일보] 2년 반쯤 전에 대구에서 제주시 한림읍으로 삶터를 옮긴 하수정(46)씨. 그가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많이들 얘기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제주가 좋아서'라거나 '빡빡한 도시생활과는 다른 여유로운 삶을 원해서'라는 것과는 좀 다른데, 한 마디로 명확하고 간결하다. 사계절 노지에서 작물 재배가 가능한 최적의 장소라는 점이 그를 제주로 이끌었다.

실업팀 선수에서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그의 이력에서 귀농귀촌이란 단어가 선뜻 떠올려지진 않았는데, 어려서부터 음식과 식자재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여름방학이면 외할머니 집을 찾아 다슬기를 잡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는 일이 마냥 좋았다.

■ 친환경으로 허브와 각종 채소류 키워서 판매

"자라면서 '운동선수는 운동밖에 못한다'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는 그는 지금 1900㎡의 땅을 임차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10여 가지 허브에서부터 샐러드용 채소류까지 다품종을 소량씩 생산한다. 제주 이주 후 1년동안은 농사짓고 싶은 작물을 중심으로 재배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꾸러미로 팔았다. 주로 다른지방 소비자들에게 택배로 판매했고, 레스토랑 등의 수요도 제법 있었지만 키운 작물을 모두 판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가공에도 관심을 가졌다.

소농은 소득을 내기 어려우니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직접 재배한 채소류를 건조하기도 하고 누룩을 띄워 식혜, 식초, 막걸리, 소금, 간장을 만들고 과일조청과 만감류 와인도 만들어 SNS를 통해 일괄 주문·일괄배송 방식으로 판매한다. 가공 판매를 위해 한림에서 가게도 운영한다.

■ 소농의 한계 극복 위해 농산물 가공에도 적극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녹록지 않은 게 귀농귀촌"이라고 말하는 그가 어떻게 오롯이 혼자서 농사를 짓고, 가공까지 할까 싶은데 "그래서 외로울 틈이 없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농삿일에 집중하느라 가게 문은 금요일과 토요일 중심으로 연다. 일요일도 쉴 틈이 없다. 서울 등으로 유기농 관련 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있어서다.

그의 손은 누가 봐도 매일처럼 흙과 씨름한 흔적이 선명하다. 가끔 보는 엄마는 "왜 힘든 농사일로 고생하냐"며 안타까워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계속 이 길을 갈 거야"라고.

그는 얼마 전엔 제주로 이주해 농사짓는 이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제주시로컬푸드연구회에도 가입했다. 제주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직거래장터인 올바른 농부장에도 참가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교류도 한다.

■ "갈수록 제주다운 곳이 줄어드는 점은 아쉬워"

"높다란 건물이 빽빽한 도시에 살 거였다면 제주에 올 이유가 없었다"는 그는 "제주스런 맛이 없어지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제주섬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점점 사라지는데 대한 아쉬움이다. 또 주거공간과 가공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게 목표인데 부동산가격이 너무 올라 감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그의 고민은 지금 제주가 처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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