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 내놔"… 막무가내 제주교육청 일침

"경위서 내놔"… 막무가내 제주교육청 일침
절도 혐의 교사가 신문조서 변조·행사 혐의 선고유예 판결
법원 "본인 잘못 가볍게 보이려 범행…교육청 절차도 문제"
  • 입력 : 2022. 08.22(월) 10:22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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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절도 사실을 축소하기 위해 공문서를 변조·행사한 현직 교사에게 법원이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제주도교육청의 감사 절차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강민수 판사는 공문서변조, 변조공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3)씨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고 22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죄가 가벼운 피고인(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에 대해 형의 선고를 보류하고 미루는 제도다.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한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도내 한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2020년 9월 11일 오후 10시쯤 제주시 소재 숙박업소 객실에서 꽃병을 훔친 사실이 탄로나 같은해 10월 21일 제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제주지검은 제주도교육청에 A씨에 대한 처분 결과를 통보했고, 도교육청은 같은해 10월 28일 A씨가 일하는 학교에 해당 사건경위서와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출할 경우 사건 내용이 소문날 것을 우려, 조서에 담겨진 '꽃병을 절취한 사실 때문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가방을 절도했다는 혐의가 있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변경하는 등 공문서를 변조해 제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강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본인의 잘못이 보다 가볍게 보이게끔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상당한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도교육청이 비위대상자에게 경위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누출할 우려가 있는 적절치 못한 절차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절차를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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