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도시진화의 방향과 15분 도시의 재정립

[김태일의 월요논단] 도시진화의 방향과 15분 도시의 재정립
  • 입력 : 2022. 09.26(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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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나라 도시계획법이 1962년 제정됐으니 도시를 법적 근거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지 60년정도인 셈이다. 1962년 도시계획법이 제정될 때 건축법도 같은 시기에 제정됐다. 1960년대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정치적 지원 아래 과감하고 신속한 국토건설이 추진됐던 시대다. 도시를 건설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경제발전의 가치를 덧 씌운 것이었다. 도시와 건축은 종이지도 위에 대단위 규모지역을 그려놓고 신속하게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분명 성장하는 도시의 모습에 오아시스와 같은 갈증해소와 희망의 메시지를 시민에게 안겨줬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우리나라 도시들은 비숫한 풍경과 비숫한 문제에 직면해 있고 도시관리의 처방도 비슷하다.

정치인에게 도시문제는 좋은 정치적 이슈감이다. 제주의 도시에도 문화도시, 안전도시, 국제자유도시, 환경도시, 스마트 시티 등등 여러 종류의 이름들이 붙여지고 각각 관련된 부서에서 독립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그에 대한 평가도 없는 상태인 것 같다. 원희룡 도정 초기 추진한 제주미래비전도 기존정책과 연계해 착실히 추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영훈 도정에서는 15분 도시의 이름을 붙여 핵심공약으로 다루고 있다. 사실 참신하고 새로운 개념이지도 않다. 파리에서 시작한 15분도시는 2020년 파리시장후보였던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파리도시계획프로젝트의 하나이다. 공약에는 파리 전역을 30㎞이하 주행, 초고층개발 억제, 도시숲 조성, 자전거도로 활성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콘크리트 면적만큼의 녹지공간 확보, 그리고 집과 일터·학교를 15분에 오가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15분 도시를 포함한 파리도시 프로젝트 제안 배경은 궁극적으로 도시의 친환경성과 도시생활의 불공정, 불합리성 개선을 위한 작은 실행계획일 뿐이다. 때문에 오영훈 도정의 핵심공약인 15분 도시의 출발은 친환경성의 결핍과 도시생활공간의 차별적 계층화, 정보빈곤에 의한 사회적 소외의 가속화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서 시작돼야 할 문제이다. 그 맥락에서 본다면 제주의 도시에 붙여진 문화도시, 안전도시, 국제자유도시, 환경도시, 스마트 시티 등이 추구하는 도시의 문화성, 안전성, 이종(異種) 문화의 수용성, 환경성, 그리고 첨단적 기술의 생활공간 접목을 통합하고 실현하려는 개념적 접근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공간적 불평등화와 정보빈곤에 따른 사회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정보공유의 사회적 시스템도 중요한 도시정비의 하나일 것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오영훈 도정의 15분도시의 개념과 배경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적지 않다. 개념정리를 비롯해 실천적 방안 등을 용역으로 구체화한다지만 15분 도시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용역에 의존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 아닌지 워킹그룹은 명칭에서부터 추구하는 도시의 가치와 15분도시제주의 개념 정립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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