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제주와 대구의 IB 교육 온도 차

[진선희의 백록담] 제주와 대구의 IB 교육 온도 차
  • 입력 : 2022. 09.26(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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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그것은 한낱 "허망한 꿈"일까. 아니면 "공교육 혁신"의 마중물일까. 제주도의회가 김광수 교육감을 상대로 첫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을 진행한 지난 23일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을 두고 잇따라 펼쳐진 교육계의 말과 글을 보고 떠오른 상념이다.

이날 김광수 교육감은 도의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학생들의 성적이 부쩍 는다고 생각한다"는 일각의 '잘못'을 짚으며 "허망한 꿈", "근거 없는 꿈"이라는 말로 거듭 IB 교육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날아온 이메일 한 통엔 대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한 교육감 일행이 같은 날 "IB의 교육 경험 확산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대구 IB 학교를 방문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두 장면은 무척 대조적이다. 그동안 제주 IB 교육 시행에 인색한 평가를 내렸던 김 교육감이었기에 교육행정 질문에서 어떤 답이 나오리란 건 얼마간 짐작했다. 하지만 첫날 김 교육감의 발언 수위는 꽤 높았다. '허망하다', '근거 없다'는 표현만이 아니라 IB 월드스쿨로 각각 인증받은 대구의 고등학교 3곳과 제주의 표선고를 비교할 때는 대구지역 해당 고교들의 이른바 '인서울' 실적을 언급했고, 얼마 전 제주도교육청이 스위스 IB 본부에 낸 사용료 액수도 공개했다.

특히 김 교육감은 IB 고교 과정에 따른 결과물 중 하나인 '대입'과 연관 지어 입시의 문제를 또다시 꺼냈다. "표선고 아이들이 내년 3학년이 되어 DP(Diploma Programme) 시험을 치르는데, 과연 몇 명이 응시하고, 통과할 것인가. DP 카드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대학에서 DP 카드를 인정하는 곳이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지난 6월 선거에서 교육감이 재선된 대구의 분위기는 달라 보인다. 현재 초·중·고 월드스쿨 10곳 등 2018년 10월 이래 20개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대구교육청에서는 지난 23일 전국 교육감들이 초·중·고 3곳을 찾아 수업을 참관하는 소식을 알리며 대구발 교육 경험이 "전국 공교육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앞서 대구 강은희 교육감은 취임 얼마 후인 지난 7월 지역 일간지 인터뷰에서 대입 관련 IB 교육의 한계를 묻는 질문에 2024학년도 수도권 대학 등 수능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 수시 모집 인원과 함께 지역의 의대·치대 협약을 통한 전형 신설 계획을 제시하며 경쟁력을 강조했다.

제주도교육청에서도 지역 대학과의 협력 등 "가보지 않은 길"에 작은 틈이라도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상대 후보의 공약"을 반영했다는 초등학생 태블릿 PC 지원은 결국 김 교육감의 최종 확정 공약에서 빠졌고, 수년째 추진해온 가칭 '서부중' 설립은 개교 일정이 또 미뤄졌다. 혹여 전임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라는 이유로 관심과 지원이 눈에 띄게 축소된다면 그 여파가 누구에게 미칠지 자명하다.<진선희 행정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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