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7)내가 사랑한 화가들

[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7)내가 사랑한 화가들
  • 입력 : 2022. 09.29(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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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드라마처럼 펼쳐진 그림 이야기
낮은 곳으로 시선 향한 툴루즈
마지막 순간까지 그린 마티스
극심한 고통 느껴지는 프리다
노력하는 천재 화가였던 뷔페




샤갈, 마티스, 프리다 칼로 등 다양한 화가들의 고단하고도 매혹적인 인생사를 연결 지어 감상할 수 있도록 그림 이야기를 풍부하게 전달한다.

<저자 정우철, 출판사 나무의철학>



▶대담자

▷이혜연: 서귀포 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토평초 학부모 북클럽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위정, 정수연, 양세희, 안은주





▷이혜연(이하 위원) :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반적인 느낌은?

▷이위정(이하 이) : 인생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가 담겨있고 그들이 사랑하는 친구, 연인,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화가의 작품에 포커스가 맞춰 있지 않고 화가 개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에 작품이 더해져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지 깊이 이해하고 마음으로 느꼈다.

▷정수연(이하 정) : 역시 거장들은 근면 성실하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을 돌아보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세희(이하 양) : 이 책을 읽고 시선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작가 인생 이야기를 작품과 함께 재미있고 알기 쉽게 엮어서 이제는 작품을 바라볼 때 작가와 작품의 연결이 되어 함께 보인다.

▷안은주(이하 안) : 앞으로 그림을 볼 때 화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위원 :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들이 소개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화가가 누구였는지?

▷이 : 툴루즈 로트레크의 낮은 곳으로 향하는 진정한 시선이 좋았다. 화려함으로 꾸며져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본질을 작품에 그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 하층민의 삶을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그들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자 그들도 예술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화려함을 추구하고,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툴루즈 로트레크와 같은 낮은 곳으로 향하는 시선과 현실을 미화시키지 않은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함을 느낀다.

평생을 신체적 장애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툴루즈 로트레크는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라고 했다. 툴루즈 로트레크의 작품은 가끔 인생이 생각처럼 쉽지 않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느끼는 나에게 평범한 하루 안에서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는 삶을 살아가도록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정 : 앙리 마티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22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술에 입문한 마티스는 인정받기보다는 그저 내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봄날의 밝은 즐거움이 되기를 희망한 순수 창작 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미술에 강하게 매료되어 쉽게 풀리지 않던 초기에도 흔들림 없이 예술에 열정을 쏟았고, 색을 해방했다고 평가받는 점에서 야수파의 거장으로 후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위대한 화가이다. 큰 수술을 받고 더는 작품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침대에 누워 컷아웃 형식의 오리기 작업을 통해서 작품세계를 끊임없이 연구하였고 이것도 그의 대표작으로 뽑히고 있다. 또한 '일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라고 했을 만큼 근면 성실하였던 마티스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림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열정적인 화가라는 점에서 저의 삶에도 지침이 되는 것 같다.

▷양 : 프리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다. 한 여자의 일생이 이렇게 가혹할 수 있을까? 라는 깊은 연민이 든다. 남편 디에고와 지독한 사랑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프라다는 만신창이가 되지만, 디에고와 재결합하는 프리다를 보면서 본인보다 디에고를 더 사랑했음이 분명하다. 괴로운 심정을 담은 그녀의 그림은 섬뜩하면서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낸 위대한 화가 프리다이다. '어떠한 고통과 고난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붓을 들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쉽게 힘들어하는 저 자신에게 큰 주춧돌이 되었다.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

▷안 : 나는 뷔페에게 마음이 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전쟁과 죽음을 보며 자라서 거칠고 어두운 그림을 많이 남겼다. 사람들은 그가 차가운 사람이라고 오해를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천재 화가였기에 사람들의 시기, 질투도 많이 받았던 뷔페는 비난을 많이 받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를 향한 비난이 그를 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켰다고 이야기한다.

뷔페는 하루에 10시간 그림을 그렸던 노력하는 천재였다. 그래서 작품이 8000여 점이나 된다. 노력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뛰어난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노력이 없다면 안된다는 것을 그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위원 : 작가는 "그림은 화가의 언어이며 그림으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바로 화가"라고 했는데 책을 덮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무엇인가?

▷이 : 프리다 칼로의 '헨리포드병원'(1932)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된 나는 프리다 칼로가 겪었을 고통을 글로써도 느꼈지만 그림을 통해 더 많이 느꼈다. 프리다 칼로와 같은 감정이라고 감히 말할 순 없지만 그림을 통해서 당시 그녀의 절망스러운 몸부림과 절규가 느껴졌고 심장이 아픈 느낌마저 들었다.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그녀의 삶에 대해 모르고 보았다면 보기 불편한 그림, 끔찍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기를 잃은 그녀의 슬픔과 아픔이 같은 여자로서 엄마로서 많은 부분 공감되었다.

▷정 : 알폰스 무하의 첫 포스터 작품인 '지스몽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 봐도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현재에 내놓는다고 해도 손색이 없게 보인다. 그래서 현재 활동하는 순정만화가들은 모두 무하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체코 출신 슬라브인으로서 자기만족의 뿌리를 찾아 말년을 쏟아부어 그린 '슬라브 서사시'는 체코인들에게 민족의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준 그림이다.

▷양 : 프리다 칼로의 '비바 라 비다' 마지막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았던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왜 수박 정물화를 그렸을까? 병과 사고로 늘 고통 속에서 살았던 그녀는 파란 하늘 아래 잘 익은 수박처럼 싱싱한 삶을 꿈꾸었던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안 : 마르크 샤갈의 '도시 위에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늘을 나는 것을 표현한 것만으로 위대한 사랑이었구나라고 느껴진다. 구름이 여인을 채 갈까 봐 본인의 표정을 나타냈고, 울타리 옆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을 표현한 점도 시대상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북클럽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책을 좋아하는 토평초등학교 학부모 북클럽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만나고 있다. 책을 나누고, 삶을 이야기하고, 재능을 공유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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