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경의 건강&생활] 동그라미를 좋아하세요?

[신윤경의 건강&생활] 동그라미를 좋아하세요?
  • 입력 : 2022. 10.05(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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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높은 시청률과 다양한 화젯거리를 낳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아마도 많은 현대인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에서도 드러나듯 자폐는 정도와 특성에 따른 차이가 무지개색 만큼이나 다양하고 최근 수 십 년 사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우영우 세 글자에는 모두 동그라미가 들어있고,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동그란 모양의 김밥이며, 절친의 이름은 아예 대놓고 동그라미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먼저 그리는 도형은 동그라미이고 '맞다'는 의미도 동그라미로 표기되며, 축제나 제의에서 추는 춤 역시 혼자든 여럿이 함께든 둥글게 도는 경우가 흔하다. 우영우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둥근 것에 이끌리는 본성이 내재돼 있나 보다. 가장 저항이 적고 안정적인 구조이어서 일까. 별도 달도 우리의 눈동자도 둥글다.

‘오징어게임’이 피라미드 구조의 세상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며 힘겹게 생존해가는 우리에게 이 불공정하고 잔혹한 게임을 멈추자고 매우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안했다면 ‘우영우’는 피라미드 삼각형이 아닌 둥글게 손잡고 사는 세상으로 가자며 해맑게 웃는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모든 것에는 실체와 관계성이 있다. 서구의 학문과 종교는 이 둘 중 실체를 중심에 두고 발전했고 현대 개인주의의 토대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관계성 없는 실체가 과연 가능한가? 관계적 존재성이 약화된 현대인은 불편하고 이질적인 타자와의 공존이 몹시 괴롭다. 오죽하면 '타인은 지옥'이라 했을까. 하지만 갈수록 공존을 힘들어 하는 현대인의 정서에 대해 과학은 정반대의 사실을 말한다. 빛이 입자이자 파동이며 핵폭발과 행융합에서의 거대한 에너지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는 입자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현대인에게 닥친 가장 큰 질병은 서로 간의 단절이다. 우울, 불안, 공황, 강박, 중독, 사이코패스의 이면에는 모두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이 실린 생각을 자기라 여기는 익숙한 착각에 빠져있다. 그러나 사실 내 생각은 내 머릿속의 가상현실이지 실제가 아니다. 가상현실에 빠져 존재를 잊은 현대인이 지금-여기를 일깨우는 다양한 명상법에 이끌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입자에 구심력과 원심력이 작용하듯 개인화된 우리의 마음이 타자와 가까워지고 싶기도 하고 거리를 두고 싶기도 한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모든 생명은 관계 속에만 존재하므로 인간 역시 때로 파동처럼 어떤 경계도 구별도 느껴지지 않는 가슴 벅찬 관계의 경험이 필요하다. 인간 생명력의 핵심은 관계를 타고 흐르는 사랑이므로.

그리고 사랑은 둥글게 순환한다.

그래서, 당신은 동그라미를 좋아하나요? 그러시기를.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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