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숨골, 제대로 된 '정의'부터… 실태조사 나서야"

"제주 숨골, 제대로 된 '정의'부터… 실태조사 나서야"
본보·제주도·도의회 공동 '제주의 환경자산 숨골 보전·관리' 세미나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주제 발표서 "숨골 학술적 정의 내려야"
"도내 숨골 300여개 추정만"… 제주도 차원 실태조사 필요성 제기
  • 입력 : 2022. 10.14(금) 17:02
  • 이태윤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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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제주의 숨골에 대한 언어학적 정의와 함께 정밀 실태조사를 통한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질학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는 한라일보와 공동으로 14일 제주도의회 제1소회의실에서 '제주의 환경자산 숨골 보전·관리를 위한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숨골 화산지질학적 특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숨골에 대한 정의가 하루빨리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숨골은 제주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 표준어였다"면서 "오히려 경상도에서 어린애들 정수리를 숨골로 쓰고 있는데, 제주에서는 이를 차용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박사는 "이에 제주어 사전을 찾아보니 제주에서는 숨골을 숨굴, 숭골 등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뜻은 숨쉬는 구멍이다. 다만 오름이나 곶자왈처럼 (연구 및 조사)이뤄진다면 '숨굴'로 하는게 제주도적인 언어로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숨골이 숨굴과 숭굴 등 '굴'로 변하는 것으로 보면서 굴이라는 글자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굴이라는 것은 즉 동굴이기 때문에 제주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상도의 방언은 숨쉬는 구멍을 얘기하는 것인데 제주에서는 이와 다르게 굴을 얘기하고 있지 않은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박사는 "조사나 연구 등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학술적으로 정의를 해야 하는데 숨골에 대해 아직 정의가 내려진 게 없다"면서 "언어학적으로 보면 뜻은 숨쉬는 구멍이다. 또 화산지질학적으로는 용암동굴의 천장창, 수문학적으로는 지표수가 지하로 스며드는 싱크홀 등이 주로 제주에서 숨골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통합해 제주도에서 숨골을 학술적으로 연구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강 박사는 제주 숨골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숨골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리 방안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 박사는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지역을 예로 들며 "제주 제2공항 예정지를 보면, 온평과 난산, 수산 등의 마을 일대에서 보전관리지역 조사를 실시해 보니 숨골이 하나가 조사 됐다고 한다"면서 "제2공항과 관련된 조사를 할 때도 숨골이 8곳이 조사가 됐다지만, 환경단체에서 직접 조사한 결과 122개의 숨골이 확인되는 등 제대로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박사는 "제주지역에 300여개의 숨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은 하지만, 정확히 어느 곳에 있는지에 대한 관련 데이터가 없다"면서 "제주도 차원에서 숨골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관리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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