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위기라는 사실을 모른척하는 현실이 진짜 위기

[김성훈의 백록담] 위기라는 사실을 모른척하는 현실이 진짜 위기
  • 입력 : 2022. 10.17(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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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다. 그래서 제주를 가리켜 '관광 1번지'라고 일컫는다. 지금은 조금 시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살이'를 원하는 사람이 많거니와 청정자연에 묻혀 힐링을 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제주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외래관광시장이 침체를 겪고는 있지만 총량적으로 매달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10년째 맞는 등 거대 관광시장으로 성장했다. 올 8월 기준 제주지역 관광사업체는 2100여곳이며 종사자는 1만5000명 수준이다. 관광종사자 수만 보면 전국의 8%에 이른다. 관광분야는 제주경제에 있어 생명산업임에 다름 아니며 제주는 뛰어난 청정환경 외 가진게 없기에 미래 먹거리 산업에 있어서도 그 중요성은 말할바 아니다.

하지만 제주의 관광시장 실태를 조금만 들여다 봐도 그 허약함에 얼굴이 붉어진다.

관광객이 늘면서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과 각종 병폐로 시름을 앓고 주민간 갈등을 빚는 곳이 적지 않은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과 관광객은 느는데 정작 도민들은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활환경이 과거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볼멘소리는 차치하겠다.

제주지역 월급쟁이들의 평균 수입은 전국 17개 시도 중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생명산업이라는 관광분야 종사자들의 임금이 전국 꼴찌인 제주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 얼마나 될까. 관광사업체 10곳중 9곳은 종사자가 10명 미만으로 영세하다.

더욱 슬픈 현실은 그 종사자들 대다수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등이 최근 관광종사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고객들로부터 인격모독과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음을 털어놨다. 절반가량은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이 영세한 회사라 초과근무가 비일비재하다. 아파도 대체할 사람이 없어 일을 나간단다. 그럼에도 금전적 보상은 미미하다. 도내 관광종사자들 평균임금이 월 250만원이다. 직원들이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회사 측 대부분의 반응은 "참으라"다. 이러니 애사심이 있을까. 그래서 2명 중 1명은 향후 1년 이내 이직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자하니 적은 월급임을 알면서도 관광업종에 발을 디딘 이들이 대다수다. 이는 다양한 일자리가 없는 제주의 씁쓸한 현실을 반증한다 하겠다.

펜데믹으로 외래 하늘길이 끊기면서 제주관광시장이 최근 1년여 남짓 반사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등 주변국이 빗장을 풀면서 벌써부터 '제주관광 위기' 소리가 들린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외형적인 위기는 위기도 아니다. 속에서 곪고 있는 허약함, 그리고 그 위기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태함이 그야말로 위기 아닌가.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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