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7년부터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운영안락사 거의 없는 ‘2차 보호소’ 두고 입양 활성화서울시내 자치구 운영 입양센터도… 교육도 다양
[한라일보] 주인을 잃거나 버려졌다가 구조된 유기견에겐 공통적으로 10일이 주어진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가자마자 흐르는 '타이머' 같은 법정 공고 기간이다. ‘알람’이 울린 뒤에도 일정 시간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입양이 안 되면 대개는 안락사된다. 유기동물이 꾸준히 들어오는 센터 안에선 떠밀리듯 자리를 내줘야 한다.
삶의 마지막에 놓인 유기견을 다시 껴안는 게 '2차 보호소'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도 한 곳이다. 이곳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삶의 기한'이 없다. 서울시에는 자치구가 운영하는 유기동물입양센터도 있다. 이러한 공간은 유기견 입양률을 높이고 유기견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동물복지 지원센터(마포센터).
|유기견 다시 품는 '2차 보호소'… 임시보호도 운영
서울시의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2017년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마포구와 구로구에 있는 센터 2곳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 동대문구에는 동북권 센터가 조성 중이다. 서울시는 '동물 공존도시 서울 기본계획'에 따라 권역별로, 모두 4곳의 센터를 둔다는 계획이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버려지거나 긴급 돌봄이 필요한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학대 당했거나 주인의 사망, 장기 입원, 시설 입소 등으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을 때 긴급 돌봄 대상이 된다. 이곳에 들어오는 유기견은 우선 자치구 동물보호센터를 거친다.
지난 7월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마포센터에서 만난 유지숙 서울시 동물보호과 동물복지시설팀 주무관은 "자치구별로 위탁 운영하는 보호센터가 '1차 보호소'라면 이곳은 '2차 보호소'"라며 "보호센터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입양을 가지 못한 유기견 중에 일부를 선별해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 들어온 유기견은 다시 한 번 입양을 기다리게 된다. 기본적인 행동 교정 등을 받으며 센터에 머무른다. 입양이 안 된다고 안락사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유기견 등 개를 중심으로 보호하고 있는 마포센터의 적정 수용 규모는 30~40마리. 시설 규모는 작지만 입양률을 고려해 신규 개체를 받는 '2차 보호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 주무관은 "입양이 되지 않아 3년째 센터에 있는 유기견도 있다"며 "공격성이 높아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거나 불치병에 걸려 삶의 질이 안 좋은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안락사를 한다"고 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유기동물 임시보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보호 중인 동물을 치료하고 입양 예정인 동물의 중성화 수술을 하는 '동물병원' 기능도 하고 있다.
입양률이 높아야 더 많은 유기견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이지만 '누구'에게나 입양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센터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선 우선 전화상으로 상담을 받고 온라인으로 필수 교육을 들어야 한다. 그런 뒤에 방문 상담이 가능하다. 유 주무관은 "1인 가구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입양자라면 분리 불안이 있는 개체는 입양을 보내지 않는다"며 "정해진 입양 설문지 항목에 따라 경제적인 능력부터 입양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에 더해 임시보호(이하 임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기견 입양을 전제로 한 임보부터 병에 걸리거나 간호가 필요할 때 돌봐줄 가정을 찾는 것도 이 프로그램 안에서 이뤄진다. 의료 지원은 센터 몫이다.
유 주무관은 "센터도 보호소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제일 좋은 것은 가정에서의 보호이기 때문에 장기체류동물, 심장사상충 치료, 호스피스 등 세 종류의 임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강동구가 직접 운영하는 '리본센터' 전경. 김지은기자
|전국 첫 지자체 직영 유기견입양센터 '강동리본센터'
서울시에는 자치구가 운영하는 입양센터도 있다. 강동구의 '리본 Re:born센터'도 그 중 하나다. 지자체 직영으로 2017년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서울시에는 강동리본센터를 비롯해 서초동물사랑센터, 노원댕댕하우스(노원구) 등 자치구 3곳이 운영(또는 위탁)하는 유기동물 입양센터가 있다.
지난 7월 찾은 강동리본센터는 얼핏 카페 같았다. 센터 1층에는 누구나 편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준비됐고 앙증맞은 표정의 유기견 사진이 담긴 액자가 장식처럼 놓였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실제로 차를 주문해 마실 수 있었다는 '리본카페'다. 같은 층 바로 옆으로, 통유리 벽을 하나 두고 유기견들이 뛰노는 놀이장이 보였다.
강동리본센터는 유기견 2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들어섰다. 강동구에서 구조된 유기견 중 일부가 병원에서 기본 진료 등을 거쳐 이곳으로 오게 된다. 10일간의 공고 기간이 끝나면 대개 한두 달 안에 입양을 간다. 지난 4년간의 입양률(반환 포함)을 보면 2018년 91%, 2019년 93.8%, 2020년 94%, 2021년 95%였다.
입양률이 높다고 그 절차가 간단한 건 아니다. 입양 의사가 확고하다고 해도 거절될 수 있을 만큼 꼼꼼히 진행된다. 입양하고 싶은 유기견을 정했어도 모두 3차에 걸친 상담을 거치며 적합 여부를 심사 받아야 한다. 입양자로 확정된 뒤에도 입양 전 교육 2회에 더해 입양식(매월 둘째 주 토요일) 당일에 시작되는 5주간의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교육이 의무로,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입양 자체가 불가능하다.
강동리본센터 유기동물사양관리사 정현주 주무관은 "입양 전에는 반려견을 맞이하기 위한 기본 소양과 기초 상식을 배우고, 입양 후 교육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실전교육"이라며 "파양은 절대 불가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동리본센터 유기견 놀이장.
강동리본센터 내부.
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다양하다.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와 손을 잡았다. 반려견의 문제행동으로 고민하는 반려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서툰 당신의 개'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반려견 행동 전문가 양성과정' 등도 진행 중이다.
센터를 통해 반려견을 만난 입양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관계를 잇고 있다. 연말이면 열리는 입양가족 '홈커밍데이'에선 서로의 근황을 묻고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궁금한 점을 전문가에게 상담받기도 한다. 입양으로 '끝'이 아닌 셈이다.
정 주무관은 "리본센터에 오면 관리가 잘 돼 있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며 "우선 자치구가 직접 운영하니까 믿음을 가지는 분들이 많고, 교육과 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돼 있는 것도 입양률이 높은 이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