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의 문화광장] 제주건축의 파랑새, ‘제주다움’

[양건의 문화광장] 제주건축의 파랑새, ‘제주다움’
  • 입력 : 2022. 10.18(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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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집 앞의 벚나무에도 어느덧 낙엽이 지기 시작한다. 이렇듯 가을이 오면 문화계에선 각종 축제와 행사가 연속된다. 그리고 문화행사마다 내세우는 핵심가치 중 하나로 '제주다움'이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이는 건축계도 다름 아니다. 제주에서 시상하는 여러 건축상의 선정에는 제주다움이 평가 기준이 돼왔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제주다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건축계에서 제주다움의 담론은 1970년대 후반 무렵, 위정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이는 한국 건축계에서 '한국성' 논의가 그러하듯 제주 건축계 내부의 자성이나 필요에 의한 출발이 아니었다. 지역성 논의의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시대별로 다른 특징이 나타난다. 80년대의 제주다움은 외형적인 것에 치중했다. 자연의 오름 능선이나 전통 민가의 형태 원리를 차용하고, 현무암 등의 지역 재료를 적용하는 단계였다. 90년대에는 형태에서 공간으로 논의의 범위가 확장된다. 제주 마을의 공간 조직과 안·밖거리 집의 배치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던 시대라 할 수 있다. 반면 2000년대는 제주다움의 논의에 물리적 공간 안에 담겨있는 '혼(Genius-Loci)', 즉 장소 개념이 도입된다. 이러한 시대를 거쳐 마침내 2015년 제주도 건축사협회에서 발간한 '제주건축 50년사'는 제주건축의 지역성에 대한 논의를 역사성과 동시대성의 두 개의 축으로 정리했다. 특히 별책으로 발간된 '제주현상' 연구보고서는 지역성의 관점을 역사성의 시각에서 동시대성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제주다움의 실체를 찾기 위한 건축계의 노력은 지속됐다. 2018년 제주에서 열렸던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 초청된 태국의 건축가 '챗퐁 추엔루디몰'의 강연은 답보 상태로 있었던 제주의 지역성 담론에 신선한 자극이었다. '방콕 바스타드'란 주제의 강연은 방콕에 들어서 있는 서구 건축이나 전통적·역사적 모델에서 비롯된 기존의 건축을 이미 지난 시대의 건축으로 간주한다. 더불어 동시대를 사는 방콕 시민들의 일상에서 비롯된 건축의 연구를 통해 '살아있는 방콕의 건축'을 제안했다. 다음 시대의 건축은 형태·공간의 요소를 탈피해 삶을 담은 '프로그램'이 정체성을 이루는 주요 요소임을 강조했다. 결국 '방콕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방콕처럼 느껴지는 건축'으로 방콕다움을 재정의했다. 그렇다! 제주다움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살아있는 것이다. 또한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우리들과 함께하는 파랑새인 셈이다.

제주다움을 주제로 오는 11월 4일에도 '제주국제건축포럼 프리뷰'가 열린다. 초청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Fernando Menis)'는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의 산타크루즈시를 본거지로 활동하는 건축가다. 동병상련의 '섬 건축가'로서 어떠한 파랑새 이야기를 풀어 놓으실지 기대가 된다. <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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