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제주 지하수 오염 개선 '장밋빛 청사진'만

[긴급진단] 제주 지하수 오염 개선 '장밋빛 청사진'만
제주도 물 분야 최상위 계획 '제주형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안)' 수립
2023년부터 2032년까지 4조 6419억원 투입해 유수율 개선 등 추진
지하수 수질 개선 방안도 제시… "실현 불투명한 면피용 계획" 비판
  • 입력 : 2022. 10.26(수) 09:47
  • 고대로 기자 bigroad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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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분뇨 등으로 오염된 연못.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주형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안)' 을 수립하고 도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21일 양 행정시에서 도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오는 28일까지 제주도 홈페이지와 물정책과,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우편 등을 통해 기본계획에 대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물관리 기본계획(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제주형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 무엇을 담았나

제주자치도 물관리 기본계획(안)은 '자연이 만들고 도민이 누리는 제주다움수'를 비전으로 5대 핵심전략과 22개 추진 과제를 담았다.

5대 핵심전략은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 구축, 청정한 물환경 보전· 관리 강화, 기후위기 대비 물안전 확보, 새로운 물가치 창출·확산, 제주형 수자원 조사 연구체계 구축이다.

사업 기간은 2023년부터 2032년이며, 사업 예산은 총 4조 6419억1400만원이다.

제주도는 이 같은 사업 추진에 따른 기대효과로 지역적·시기별 물 부족의 근본적 해결, 물관련 전분야 통합물관리 실현, 수자원 환경변화 대응, 물환경 보전 및 관리 강화, 4차 산업 연계, 신 성장 물가치 창출을 제시했다.

우선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상수도 유수율 개선을 추진한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2018년 수도정비기본계획(2015년~2018년)을 통해 2025년까지 총사업비 3934억원을 투자해 상수도 유수율을 2016년 44.5%에서 2025년 8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수도 관망 개선을 위한 블록시스템 구축 사업과 노후관 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도내 상수도 일 최대 수용량은 45만4000t으로, 2030년 유수율 85%를 가정하면 1일 1만7000t이 여유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안정적 상수도 공급을 위해 정수장 24개소를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2030년 농업용수는 일 최대 수요량이 134만t으로 33만 8000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지하수 관정 28개소 신규 개발, 저수지 8개소, 대규모 빗물저류시설 3개소, 하수처리 재이용수 2개소를 신규 개발해 100만2000t을 공급하기로 했다.

친환경 대체 수자원 활용도 확대한다. 현재 3.6%에서 20%로 늘린다. 하수 재이용수 수요처 확대, 용천수 활용 중규모 저류지 설치, 빗물이용시설 설치, 염지하수 담수화 사업검토 등을 통해 대체 수자원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참여형 통합 물관리 거버넌스 구축 방안도 제시했다. 1안은 총괄행정부서인 가칭 '물관리정책국'을 신설해 물관련 계획과 예산을 총괄하고 통합 물관리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2안은 합의체 행정기관인 '통합물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행정부서와 독립된 위원회 사무국을 두고 4개과를 신설· 운영하는 방안을 담았다.

제주 전역의 함량률은 43.4%(서부 37.6%, 동부 45.7%)로 제시했으며, 도내 지하수 지속이용가능량은 7억1500만t/년으로 2018년 대비 6300만t/년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8년도의 경우 연평균 강수량의 증가에도 유츌량 및 기준 증발산량 과다추정으로 함량량이 과소 반영됐다고 용역진은 설명했다.

|매일 수돗물 23만t 이상 사라지는데… 유수율 개선 현실성 결여

제주도 상수도 공급량 가운데 매일 23만 5000t에 달하는 수돗물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정수장 가동률은 129%로 전국 평균 77.1%보다 높아 정수장 시설 추가 가동에 따른 예산 낭비까지 이뤄지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유수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목표치 달성에 난항을 보이자 수시로 목표치를 변경하는 편법까지 쓰고 있다.

제주도는 2018년 2월 '수도정비기본계획' 고시를 통해 총 3934억원을 투입해 상수도 유수율을 2016년 44.5%에서 2025년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수율은 정수장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수돗물 가운데 요금수입으로 받아들여진 수량의 비율을 말한다.

이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제주시·서귀포시 동지역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물 관리 전문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와 2019년 12월 26일 위탁협약을 체결했다.

2020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총 1326억원(국비포함)을 투자해 블록구축 사업 등 배·급수관로에 대한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달 현재까지 매년 400억원 이상, 1400여억원을 투입했으나 2020년 기준 제주도 유수율은 48.8% 수준으로 2025년 85%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형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안)에 상수도 유수율 목표를 2025년 67.0%, 2030년 85.0%로 수정, 발표했다.

이처럼 당초 수도정비기본계획과 다른 유수율 달성 목표로 제시하면서 행정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으며 신뢰성까지 떨어트리고 있다.

제주도는 유수율 제고 사업의 한계로 취수원 산재, 수압 관리 곤란, 관리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상수도 유수율 목표 달성을 위한 명확한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지역 농업용수 유수율 개선도 시급하다. 도내 농업용수 유수율은 50%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농업용수 생산량 가운데 절반 정도가 누수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농업용 지하수 관정 224개소의 공급량과 사용량을 비교한 결과 62%가 누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한 지하수 전문가는 "제주도의 통합물관리 기본계획의 핵심은 장래의 제주지하수의 수질과 수량 관리인데 상수도는 현실적이지 않은 장미빛 목표 달성을 제시하고 있고 농업용수는 허가량 대비 이용량 관리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육지(개수로)와는 다르게 상수도와 동일한 지하수의 관수로 공급에 따라 누수량을 줄이는 활동이 상수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 지하수 수질 개선 방안 냈지만… "실현 가능성 낮아"

제주자치도가 '제주형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안)'에 지하수 수질 개선 방안을 제시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장미빛 청사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자치도는 '기본계획(안)'에 지하수 함양지역까지 오염이 확산되고 있으며, 수질 오염 증가와 사고로 청정제주의 이미지가 하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농업과 축산· 하수 등 수질오염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지하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염취약성 평가인자 개발, 제주형 오염취약성 평가 기법 구축을 제시했다.

또 개인하수처리시설 관리 강화, 가축분뇨 재이용 처리시설 확대, 노후 부실 관정 시설개선 등 사후관리 방안 마련, 화학비료 사용 저감 방안 마련을 추진키로 했다.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오염원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수질문제 우려지역과 1단계 수질 악화 지역, 2단계 수질 지속 악화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수질문제 우려지역은 5년내외 현행수질을 유지하고 ▷1단계 수질 악화 지역은 5년내외 먹는물 이상관리 개선 ▷2단계 수질 지속 악화지역은 5년내외 생활용수 이상으로 관리·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1단계 수질 악화 지역을 5년내외 먹는물 이상관리 개선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주도 서부지역(대정· 한경· 한림)지하수는 현재 질산성 질소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다. 이들 지역은 집약적인 농업이 이뤄지는 곳이며, 지하수 오염원을 배출할 수 있는 축사와 양돈장 밀집 지역이다.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질산성 질소의 먹는물 수질 기준은 10㎎/L이며, 이 기준을 초과하는 물을 신생아가 섭취할 경우 청색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지하수중의 질산성 질소는 자연상태에서 3㎎/L 이하인데, 그 이상의 농도는 화학비료, 축산시설의 분뇨 및 폐수, 생활하수, 부패된 음식물 등으로 부터 생기는 유기질소가 유입돼 발생된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도내 전체 지하수의 대표성이 있는 133개 지하수 관정을 대상으로 수질 모니터를 실시한 결과 먹는물 기준치(10㎎/L)를 초과한 질산성 질소가 검출된 관정은 5개로 나타났다. 이 중 4개 지하수 관정이 서부지역 관정이다.

이들 관정의 질산성 질소 농도를 보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농업관정 (F-098) 36.5㎎/L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농업용 관정(F-132) 17.4㎎/L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관정 (F- 122) 14.4㎎/L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 관정(F- 245) 13.8㎎/L이다. 남부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서귀포시 대포동 관정(F-116)이 11.8㎎/L로 먹는물 수질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들 지역의 오염지하수를 5년이내 먹는물 수질로 회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하수 관리 선진국인 하와이 역시 1800~1900년대 대규모 사탕수수를 재배하면서 뿌린 농약과 비료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내 한 지하수 전문가는 "현재 질산성 질소 오염원을 전부 찾아내서 대수층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역별, 연도별로 지하수 수질개선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고 실현이 불투명한 5년 장기로 두루뭉술하게 계획을 수립했다.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면피용 계획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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