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11)에필로그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11)에필로그
제주농업, 빨라지는 기후변화 대응.로컬푸드 활성화 과제로
  • 입력 : 2022. 10.27(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당장의 얘기는 아닐 것으로 여겨졌던 기후변화가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최고기온, 열대야 일수, 강수량 등에서 우리네 일상 속으로 바짝 다가왔음을 체감하게 됐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크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우리네 먹을거리다. 가뜩이나 해외 식량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작물의 수량·품질 변화에서부터 재배 적지의 변화, 새로운 고온성 병해충의 발생이나 창궐 가능성으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을 키운다.

‘역대’ 최고기온·강수량·열대야 등 일상 속으로 확 다가와
전남, 국립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등 발빠른 행보
제주도 대농-소농 투트랙 전략 로컬푸드 활성화 고민을

고소득작물에 대한 농가 관심이 높아지고 기후변화가 빨라지면서 제주에서도 아열대과수 재배가 늘어 도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바나나와 망고가 판매되고 있다. 문미숙기자

아열대기후로의 변화는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 아열대작물 재배에 시선을 돌리는 농가들이 늘어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8가지 아열대과수의 전국 재배면적은 187㏊로, 2010년(33.9㏊)에 견줘 5배 정도 늘었다. 제주는 119농가가 58.4㏊에서 아열대과수를 키우고 있다.

기온 상승은 겨울에서 이듬해 봄 사이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월동채소류 출하가 가능해 가질 수 있었던 제주의 경쟁력도 떨어뜨리고 있다. 전남지역 양배추는 몇 해 전부터 제주와 같은시기에 출하돼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특정 작물의 대량생산과 대농·소농 모두가 내륙의 도매시장 판매에 집중하는 수급체계론 '과잉생산→가격하락→산지 폐기'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주시 김녕지역에서 재배되는 바나나.

▶기후변화로 관심 높아진 아열대과수=제주 뿐 아니라 한반도의 남단인 전남지역에서 한라봉 등 만감류와 아열대과수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최근 몇 년 새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음을 현장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주는 배 주산지로 유명하지만 점점 충청과 경기도로 재배지가 북상중이다.

전남에서도 고흥, 해남, 진도, 완도 등 일부 지역은 월평균기온 10℃ 이상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아열대기후로 접어들었거나 곧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남도는 빠른 기후변화를 체감하며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아열대 농업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2022년 기준 전남도의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은 58.0㏊로 제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량은 제주가 1089t, 전남이 341t이다.

감귤은 제주가 주산지이지만 전남지역에서도 재배가 늘고 있다. 사진은 논농사가 대부분인 전남 나주시 노안면 소재 김철동씨의 한라봉 하우스.

특히 전남도는 아열대과수 등의 농업연구와 생산의 거점으로 만들어가려는 준비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국립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의 해남 유치에 성공했다. 정부가 국비 6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해남 삼산면 일원에 건립 예정인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는 농업분야 데이터·연구자료를 취합해 농업정책 전문가 등 수요자에게 제공하는 연구지원과 기후변화 대응력 강화를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2020년에는 장성이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 후보지로도 선정됐다. 이 두 연구센터 모두 전남도가 정부를 상대로 내륙의 기후변화에 대응할 국가기관 설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응모해 선정된 결과다. 제주에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가 있긴 하지만 제주가 이들 국가기관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농업인들이 있다.

전북에 위치한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과 함께 지역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농가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물론 제주에서도 아열대과수 육성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행정시, 지역농협, 농업기술원이 협업해 지역별로 아열대과수를 중심으로 한 정예소득단지를 조성중이다. 김녕농협에서 바나나(2.7㏊), 함덕농협에서 백향과(2.7㏊)와 용과(2.9㏊), 서귀포시 지역에선 성산일출봉농협에서 키위(7.7㏊) 단지를 조성했다. 지자체가 시설하우스와 물탱크 시설의 60%를 지원하고, 사업자인 지역농협이 판매를 책임지는 구조로, 농가는 고품질 과수 재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전라도, 경상도는 물론 경기도까지 등 전국에서 아열대과수 재배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정책기관에서 국내 소비량 조사를 통한 수급물량 조절정책 수립과 고품질 재배기술 보급이 필요해지고 있다.

아열대과수의 경우 초기 시설투자비가 크다 보니 농가의 가격 기대감도 높은데,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국 곳곳에서 재배량이 증가할 경우 가격하락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다. 또 바나나 등 겨울에도 하우스 내부 온도를 17℃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작물은 지금과 같은 고유가시대엔 난방비가 큰 부담으로, 시설하우스 재배의 난방비 부담을 줄일 에너지절감 재배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해나가야 아열대과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생산자-소비자 상생하는 로컬푸드 고민을=월동무, 당근, 양배추, 양파 등 몇몇 월동채소류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 기후여건에 맞는 여러 작물의 연중 적정생산체계를 갖춰나가면서 육지산 반입량을 줄이는 대신 제주도민과 하루평균 10만명 안팎이 체류하는 관광객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아 지역 생산물의 지역내 소비를 높이는 로컬푸드 활성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미 로컬푸드 확산에 여러 지자체가 공들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긴 전북 완주로컬푸드 모델에 여러 지자체가 주목하는 이유 무엇일까? 10여년 전 로컬푸드 필요성에 공감한 당시 완주군수가 뿌린 로컬푸드의 씨앗을 후임 군수들이 잘 키워내려는 정책의 연속성과 지역농협의 의지, 중간 지원조직,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 소비에 대한 지역 구성원들의 인식 확산 등 민·관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완주군이 연중 다양한 채소·과일류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중소농·고령농에게 330㎡의 소규모 시설하우스 설치를 지원해 생산농가를 조직화하는 기획생산을 뒷받침하고,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3500여회의 마을·농가 조직화와 직거래 관련 교육에 팔을 걷어붙였다. 또 완주군은 농산물의 원물 소비를 늘리고 제품의 다양화를 위해 2개 가공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농가창업교육과 식품 제조 인·허가까지 도맡아 처리하며 농업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대농과 중소농의 생산물 판매전략을 2가지로 구분한 완주군의 농업정책도 눈에 띈다. 대농과 상업농은 다른 지방 출하에 주력하고, 소농이 생산한 농산물은 지역에서 최대한 소비하는 판매전략에 주력하고 있는데, 군청의 담당 부서도 각각 농업축산과와 먹거리정책과로 나눠져 있다. 대농·상업농과 소농 모두 농산물의 도외 출하에만 집중하고 있는 제주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로컬푸드에 대한 지역 안에서의 소비층이 두터워져야 중소농들도 판로 걱정 없이 농사를 이어가고 농업·농촌의 기반도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