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고 일하고 싶어도… " 현실벽 높은 제주 발달장애인

"혼자 살고 일하고 싶어도… " 현실벽 높은 제주 발달장애인
2022년 2차 제주사회복지포럼서 실태조사 발표
제주지역 발달장애인 당사자·보호자 470명 대상
10명 중 4명 자립 희망에도 관련 교육 경험 없어
생애 가장 중요한 지원 시기로 '영유아기' 꼽혀
  • 입력 : 2022. 11.01(화) 17:05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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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정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이 1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2차 제주사회복지포럼'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지역 발달장애인 10명 중 4명 이상이 혼자 자립해 살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도내 부모들은 '영유아기'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2차 제주사회복지포럼'에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포럼은 연구 수행기관인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가 주관했다.

오윤정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이 이날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는 제주자치도가 발달장애인 기본계획을 처음 수립하기 위한 기초 조사로 진행됐다. 지난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진행된 조사에는 도내 전체 발달장애인(지난해 12월 기준 4194명, 지적 3508명·자폐성 686명)의 11%에 해당하는 470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도내 발달장애인의 절반 가량인 44.3%가 향후 자립 희망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혼자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지금 혼자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92.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자립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8.0%가 없다고 답했다.

도내 발달장애인의 취업 욕구도 높게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일해서 돈을 벌고 싶다'라는 응답률이 37.7%로 가장 높았고, 직장을 다니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도 75.0%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보호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가 '미취업' 상태라는 응답이 최대 70%(지적 52.1%, 자폐 78.8%)를 넘었다.

1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2차 제주사회복지포럼'. 이상국기자

도내 발달장애인 보호자 대부분은 자녀의 생애주기에서 가장 지원이 필요한 시기로 '영유아기'(52.0%)를 꼽았다. 이어 '청년기'(20~39세, 15%), '초등기'(8~13세, 13.8%)가 뒤를 이었다. 부모들은 영유아기에 가장 필요한 정책 우선순위로 '의료'(46.5%)를, 지원서비스로 '조기진단·검사·치료체계 구축'(78.8%)을 1순위로 선택했다.

발달장애인 자녀에 대한 돌봄 부담은 대개 부모들이 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86.9%가 자녀의 주돌봄자를 '부모'라고 답했다. 자녀의 하루를 묻는 질문에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 교육시설'(47.5%)이나 '사설 치료실 등 민간서비스를 이용'(34.8%)한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조사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34.7%는 주보호자의 돌봄 아래 '집에서 머문다'고 했다.

부모들의 돌봄 부담은 생애의 일정 주기에 국한되지 않았다. 부모들 절반 이상이 자녀를 양육하고 돌보면서 겪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1순위로 '본인 사후에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의 부재'(50.3%)를 꼽았다. '자녀의 자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은 58.0%였지만 자폐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만 보면 그 비율이 37.8%로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들 부모들은 자녀의 '낮은 지능 및 인지력'(46.5%), '신변처리를 스스로 못해서'(26.8%), '타인의 편견과 인식 부족'(19.6%), '자해나 타해 등의 도전적 행동'(7.1%) 등의 이유로 자녀의 자립을 생각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제주도 발달장애인 지원 기본계획안을 제시했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를 크게 영유아기와 학령기, 청년기, 장년기 이상으로 나눈 계획안에는 ▷교육 ▷의료, 건강관리 ▷가족지원, 여가생활 ▷소득보장, 고용 ▷자립, 주거 등의 분야별 전략과 사업 제언이 담겼다.

오윤정 전문연구위원은 "생애전반에서 보면 발달장애인으로 등록할 때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자동 등록해 영유아기부터 생애주기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도내 다양한 유관기관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발달장애 수준별 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중증장애인도 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수당에 차등을 두는 등 서비스 내실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구진은 ▷거점병원 유치 및 행동발달증진센터 설치 ▷제주형 자립지원 체험 프로그램 개발 운영 ▷(최)중증 장애인 일자리 영역 개발 ▷발달장애인 권리옹호활동 지원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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