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수상 후 1년 만에 회고록을 내놓았다.
디지털 기반의 뉴스 사이트 래플러의 CEO이자 필리핀 저널리즘의 혁신을 일궈온 그녀는 그간 소셜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문제적인지, 그 기술을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입증해왔다. 필리핀 정부가 소셜미디어에서 벌이고 있는 정보 작전의 전모를 밝힌 기사를 낸 이후로 래플러와 마리아 레사는 대통령궁 출입을 금지당했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십여 건의 소송에 직면했다. 그녀에게 구형된 누적 형량만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그녀는 책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북하우스 펴냄, 김영선 옮김)에서 "법치주의가 부재하는 가상 세계가 얼마나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지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혁신 일궈온 저널리스트의
언론·민주주의 위기 경고
책은 소셜미디어가 정치 선전도구로 활용되면서 어떻게 법과 민주주의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가운데 우리 시대 언론이 직면한 위기의 실체, 그 역할과 책임, 그리고 복원해야 할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필리핀의 현실이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출판사는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기술 기업이 언론의 기능을 대체하는 시대, 민주주의가 '천 개의 상처'로 찢겨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임상적으로 해부한 보고서"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책에 담긴 분노와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는 사실이 우리가 지금, 마리아 레사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이유"라고 덧붙인다.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는 이 책. 그녀는 "민주주의는 취약하다. 우리는 모든 법, 모든 보호 장치, 모든 제도와 이야기 등 모든 부분을 위해 싸워야 한다. 아주 작은 상처라도 얼마든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프롤로그 중)고 말한다. 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