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소견

[김영호의 월요논단]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소견
  • 입력 : 2022. 12.19(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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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가 45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월 20일 공식 폐막했다.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출발해 2012년부터 비엔날레로 전환하며 지속돼 온 행사다. 이번 6회 비엔날레가 내세운 주제는 '채널 :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이었다. 디지털 미디어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소통의 새로운 매체로서 조각' 개념을 확장하려는 총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전시장소를 창원시 전역으로 넓히고 조각가들의 작업실을 오픈스튜디오로 운영해 '지역 예술인과 지역 명소를 아우른 상생의 비엔날레'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코로나 정국에 대응해 전시 공간을 디지털 영역으로 넓혀 21개국 35명의 해외작가를 초대한 '사이버 비엔날레'를 본전시의 하나로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우리나라 유일의 조각 전문 비엔날레로 출발했다. 김종영, 문신,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등 국제적 조각가들을 배출시킨 경남지역의 풍토를 문화 자원으로 특화하는 전략을 내세워 왔다. 2010년 창원, 마산, 진해를 통합한 지역 공동체를 결속시키기 위한 플랫폼의 기능도 비엔날레에 주어진 소명이었다. 독일의 '뮌스터조각프로젝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도 깔려 있었다. 이러한 명분 속에 지난 10년 동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문화 헤게모니의 실험실 기능을 수행하며 지역 미술계의 역량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시민들이 비엔날레가 '소장품 중심'의 미술관과는 다른 차원의 문화행사라는 점을 배우는데 창원시가 비싼 수업료를 투척한 셈이다.

10년의 경험을 토대로 창원시는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6회 행사부터 창원시는 비엔날레를 '창원문화재단'으로 이관하고 '비엔날레부'를 설치함으로써 체계적인 추진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단은 국내 유수 비엔날레들의 사례를 따른 것이었다. 우리나라 비엔날레의 맏형인 광주비엔날레는 '재단법인광주비엔날레'를 독립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다. 부산비엔날레 역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와 그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처를 두어 비엔날레의 전문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법인과 조직위원회의 설치를 통한 운영방식이나 지역문화재단 수탁을 통한 운영방식의 공통점은 모두 비엔날레 전담 조직과 조례를 통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운영의 전문성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천국론'과 '비엔날레 위기론'이 상반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운영조직 개편 사례는 타지역 비엔날레의 운영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16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건강하고 특화된 비엔날레를 위한 전담 조직과 조례를 만드는 일은 3회째 행사를 치루고 있는 제주비엔날레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김영호 중앙대교수, 한국박물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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