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버스 준공영제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추진했던 용역이 지난 10월 초 멈춰선 이래로 여전히 중단 상태에 머물러 있다. 용역 결과물 자체도 만족스럽지 않은 데다, 노선 감축·통폐합 등 개편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당장 내년부터 실행하기로 했던 단계별 개선 계획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체 반발·공청회 파행… 이례적 용역 중단='제주 버스 준공영제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이하 준공영제 용역 또는 용역)은 연간 1000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됨에도 이용자 수는 늘어나지 않는 등 비효율적인 운영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주)인트랜,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주)스튜디오 갈릴레이에 의뢰해 지난해 11월부터 용역을 진행했다.
올해 9월 용역 결과물이 나왔다. 용역진은 중복률이 70%가 넘는 노선을 통폐합해 공차 운행을 줄이고, 대체 노선 10개 이상 또는 환승통행량 10% 이하의 경우 운행 횟수를 줄인다는 안을 제시했다. 버스 요금 인상안 등을 토대로 운수업계에 대한 보조금을 현재 대비 약 22% 줄이겠다는 안도 내놨다.
그러나 용역 완료를 코앞에 두고 용역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선 개편안에 대해 운수업체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물론, 제주도가 용역 결과물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청회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등 의견 수렴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본보 10월 11일자 3면 보도)
중단된 용역 절차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개편안에 제시된 감차 및 배차간격 조정 등의 문제를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내로 용역을 마무리 하긴 어렵다"며 "현재 용역에서 제안된 개편안의 문제점에 대해 검토와 평가 과정을 거치는 중이고, 관련 자문회의를 개최하는 등 (절차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올해 내 실행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노선을 개선하겠다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용역도, 용역 관리도 '부실'=지난 10월 용역이 중단된 데 대해 제주도는 도민공청회 횟수를 늘리는 등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친 후 용역을 재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역 결과물 자체가 허술했다는 비판이 연이어 제기됐다. 감축 및 통폐합 대상으로 제시된 노선에 대한 근거와 대체 방안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노선과 보조금 비율 등을 조정할 경우 인력 감축 규모와 대안 등을 명확하게 내놓지 못했다는 등의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용역 중단 당시 제주도가 작성한 <용역중지사유서>에도 ▷주민의견과 운수업체 요구에 대한 면밀한 재분석 필요 ▷ 노선 개편에 대한 단계별 계획 수립 재검토 등이 열거됐다.
제주도가 도내 대중교통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첫 단추인 용역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정된 시기에 용역을 마무리짓지 못한 것은 물론, 제대로된 용역 결과도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편안을 공개한 이후에야 용역진의 개편안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분란이 이어지자 황급히 용역 절차를 중단하기로 협의한 것이다.
도는 개편안 수정을 마치고 내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주민설명회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최종보고회를 거쳐 용역 결과에 따라 '버스 준공영제 개선 실행 계획 수립 및 단계적 노선 개선' 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는 내년 9월쯤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대중교통 연계 방안' 용역을 추진한다. 15분 도시 정책과 연계한 준공영제 추진 방향을 정립하고, 자율주행 등 새 대중교통서비스 모델과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발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