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우리 사회는 인간의 삶을 80세 전후를 전제로 하여 돌아가고 있다. 고등 교육을 받은 후 30~40여 년간 경제 활동을 하며 평균 60세 정도에 은퇴해 나머지 20년을 여가 생활을 하거나 또 다른 경제 활동을 한다. 그만큼 노년기가 길어진다는 뜻이며 노후 생활에 대한 국가의 복지도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년층 여가'하면 보통 경로당이나 지역 노인 복지관을 떠올리곤 하지만 실제 이용하는 노인들의 비율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여가는 보통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보면, 독일의 경우는 노인 대학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유료 또는 무료로 과정을 개방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는 정부의 다양한 여가촉진사업으로 인해 65세 이상 노인 중 80% 이상이 정기적으로 취미오락 활동 및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한 가지 이상의 클럽 활동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젊었을 때부터 다양한 클럽 활동이나 모임을 가져왔고, 그것이 노후에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노인의 여가는 몹시 제한적이고 소극적이다. 지역 사회에서 아무리 다양한 여가 활동을 제안해도 참여를 꺼리거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족 부양에 치중한 삶을 살아왔던 한국의 노인들에겐 창의적, 심미적 여가 활동 등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예비사회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즐겨봤던 경험이 있어야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낯선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보다 사회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식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가의 중요성와 활용 방법, 교류를 통해 얻는 즐거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해줄 양질의 여가 프로그램은 그들에게 좋은 경험을 남길 것이며, 이는 곧 다양한 사회, 여가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00세 시대를 대비해서 청년, 중년층에서도 예비사회화 교육 등을 진행해 곧 찾아올 제 3의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대비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생활과 경제 수준의 향상은 기본적인 욕구를 넘어 일상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이는 향후 노인 복지의 정책 방향을 지금과는 다르게 준비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지금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면 자신들의 삶을 즐기며 만족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봉희 전 제주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