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의 편집국 25시] 염치

[김도영의 편집국 25시] 염치
  • 입력 : 2023. 02.23(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신호 대기로 정차한 도로에서 한숨을 돌리던 찰나 반대편 도로에는 보행자 한 명이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교통섬으로 건너려 했다. 한 발을 내디뎠다 이내 안쪽으로 들어가며 발걸음을 거둔다. 우회전 차량들이 연신 진입하는데 어느 하나 멈춰 설 기색이 없다.

보행자 보호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고 우회전 차량의 '일시 정지' 규정이 담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차량들은 여전히 보행자를 보고도 지나가고 있다.

지난 9일 제주경찰청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단속 현장을 취재해 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횡단보도에서 일시정지 하는 차량을 찾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단속된 운전자들은 대부분 "몰랐다"라고 변명했지만 더 이상 모를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만 제주에서 769건의 보행자 교통사고 18명이 숨지고 776명이 다쳤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와 건너려고 할 때 모두 운전자는 일시정지 해야 한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보행자가 없어도 반드시 일시정지했다 출발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원히 정지하라는 것도 아니고 '일시' 정지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더 이상의 보행자 교통사고를 정지시킬 수 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보행자를 보호하지 않는 운전자가 보호받는 보행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일은 아닐까.<김도영 행정사회부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80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