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재취업에 꼭 필요한 능력, 겸손이다

[유동형의 한라시론] 재취업에 꼭 필요한 능력, 겸손이다
  • 입력 : 2023. 04.13(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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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인의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글을 쓴다. 지난주에 한 명의 목수가 퇴사했다. 자발로 한 것이 아니라 소위 잘린 것이다. 왜 잘렸을까? 팀원들 간의 팀워크가 문제였다. 60세를 넘긴 나이였는데 이 분야에서 30년 동안 목수 생활을 하셨으니 내장, 외장, 골조, 기초, 토목 등 집을 짓는 데는 안 해본 것이 없는 분이었다. 나이가 많으면 회사도 부담을 느낀다. 나이가 어리면 시키기 좋은데 나이가 많으면 시킬 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수습 기간에 여러 팀에서 경험을 하게 된다. 서로 손발을 맞춰보면서 어느 팀에 맞는가 보기 위해서다. 1팀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데 팀장이 일을 시키면 자기주장을 강하게 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세요. 하면 이건 이게 낫지 않느냐?' 하며 자기 경험에 의한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나이 많으신 형님이시고 하니 싫은 얘기는 못 하고 다른 팀으로 보냈다. 2팀에서도 일을 하는데 같이 일하던 팀원이 이 사람이랑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항의를 했다. 일을 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업을 해야 할 경우는 도와줘야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따로 논다고 했다. 그래서 열불이 나서 같이 못 하겠다고 했다. 팀을 짜서 일을 할 때는 3~4인이 같이 일하기 때문에 1명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 명이 이렇게 불협화음을 내면 일도 잘 안되고 분위기도 안 좋아진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팀장에게 이렇게 항의하니 다른 팀으로 보내 달라고 얘기했다. 이 팀 저 팀에서 안 받아주니 갈 곳이 없어졌다.

이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영화 '인턴'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베테랑 신입 인턴이 어린 CEO를 위기에서 도와준다는 이야기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재취업을 하는 경력자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그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경력자들이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이 조직에서 관리자들은 머리의 역할을 하게 되며 본인의 역할을 손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본인이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 머리 역할, 관리자 역할에 익숙하기에 본인의 경험으로 관리자들의 지시를 평가해 다르게 틀어 버리려고 할 때 관리자들은 매우 싫어한다. 거기다가 나이까지 많으니 긴말을 하기 싫어서 그냥 퇴사시켜버린다.

나이 든 중년, 노년 신입이라면 경력자라도 본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너무 섣불리 의견을 내면 관리자들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가만히 있어도 본인이 갖고 있던 능력을 쓸 기회가 온다.

그때가 되면 그 일을 통해서 능력을 인정받는다. 본인이 아무리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이곳의 조직, 관리자들을 존중해 주고 일단 따라주기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신입에게 꼭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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