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보호 더는 미룰 수 없다] (1)귀하디 귀한 제주 바다

[제주 바다 보호 더는 미룰 수 없다] (1)귀하디 귀한 제주 바다
[제주 바다 보호 더는 미룰 수 없다] (1)귀하디 귀한 제주 바다
  • 입력 : 2023. 04.21(금) 00:00  수정 : 2023. 04. 23(일) 12:53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대륙붕 해양에서 가장 풍부한 어장
아열대 생물의 전파 중간기지 역할
오염·남획 등으로 곳곳에서 신음 중

[한라일보] 하늘에서 제주도와 그 바다를 한 번이라도 바라본 사람은 제주 열병을 앓게 된다. 옥빛의 바다 색깔이며 이국적인 풍경에다 제주에 내려서 맡게 되는 청량한 공기 내음까지 대하게 되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1894년에 발간된 '조선수로지'에서는 "그 수려한 경치는 사람을 유혹한다"라고 했다. "제주 바다 어디라도 좋다" 이렇게 시작된 제주 수중 사랑이 올해로 44년째가 됐다. 바다생물 연구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 년에 열 번쯤은 방문하게 됐다. 숙명적인 만남이다. 이런 사람이 어찌 한 둘뿐이겠는가.

제주도의 해양생물의 세계는 그 가치와 다양성 측면에서 저평가되었다. 더욱 상세한 종조성 조사와 생태연구가 필요하다. (장소: 형제섬, 사진: 강동완)

▶그 특이한 바다가 있어서

지구의 표면만을 보면 육지보다 바다가 훨씬 넓다. 약 71%가 물로 덮였으니 '수구'로 불릴 만하다. 대한민국의 바다를 배타적경제수역까지 포함하면 육지 면적보다 넓다. 그러나 제주도와 울릉도가 없었다면 그야말로 바다는 한없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있어 지구 전체의 해양과 비견해도 제 몫을 다 해낼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넓고 다양한 자원을 가진 이 바다가 우리의 곁에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과거 대륙붕이 한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이었을 때 우리 수역은 이어도를 넘어 더 남쪽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다. 대륙붕은 해양에서 자원, 특히 생물자원이 가장 풍부한 어장이고 보고이므로 이래저래 제주도의 중요성은 크다.

한반도에서 바라보면 대만과 류큐 열도(琉球列島) 그리고 아마미군도(奄美群島) 그리고 일본의 규슈와 혼슈, 홋카이도까지 하나의 방파제처럼 늘어서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가 물리적으로 보호된 해양환경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태평양의 지진대인 '불의 고리(ring of fire)'는 바로 방파제 바깥쪽을 따라 분포하고 있어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는 지진의 일차 위험지역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제주도 수중의 직벽은 바닷속 곶자왈이라 해도 될 정도로 생태적으로 독특한 기능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장소: 형제섬, 사진: 강동완)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제주도는 북상하는 해류와 바람, 특히 태풍이 처음 상륙하는 최전방이다. 그러니 바람이 많고, 비도 많아 습기도 높은 편이다. 빗물은 구멍이 숭숭 뚫린 돌과 바위틈을 통과해 지하에 저장되고, 나머지는 섬 전역을 적시고 바로 바다로 흘러든다. 일부 지하수는 용천수로 해수와 섞인다.

제주해역의 바닷물은 멀리 적도와 가까운 필리핀 주변 해역에서 생성돼 대만의 동쪽 바다와 류큐 열도를 거쳐 북상하는 멕시코만류에 필적하는 강한 난류인 구로시오(黑潮)와 특별한 관계를 갖는다. 이 고온·고염도의 해류는 제주도의 해양 생물자원, 기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 해역의 생물과 기후 인자 그리고 사람들까지 실어나르기 때문이다. 제주도 주변 해역에 가까이 와서 구로시오는 전 수층을 차지하며 흐르다가 서해와 동해에 들어서면서는 저층 냉수괴와 만나 표층으로 흘러든다.

제주는 바람의 고장이다. 태풍의 진로 길목에 맞이하는 거센 에너지는 점차 강해지고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장소: 사계리 해안, 사진: 장영준)

▶거대한 해양생물의 요새

제주도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수괴가 구로시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해 저층에 형성되어 남북으로 이동을 하기도 하는 황해저층냉수괴의 남쪽 끝자락이 섬의 서쪽 해역 가까이 내려오고 이때 서해의 저염도의 해수와 접촉한다. 그리고 양쯔강이 내놓은 엄청난 양의 담수는 계절에 따라 제주 바다로 다가오는 것이 인공위성 영상으로 확인된다. 또, 겨울철에 강한 북서풍이 불 때는 일시적으로 한반도 연안수와의 접촉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볼 때 주된 영향은 구로시오로부터 받지만 여러 수괴가 제주 바다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수괴는 당연히 생물 인자까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제주도엔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사는 곳 중 한 곳이 되었다. 해양생물들이 단순히 식량자원만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님을 고려할 때 자원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다. 게다가 해양생물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수중경관까지 가지고 있어 생태계서비스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서귀포 해안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 박물관이다. 형태의 다양성이 매우 뛰어나다. (장소: 박수기정, 사진: 조병익)

동해와 서해로 들어간 난류는 지나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긴다. 서해 남단의 가거도와 남해의 거문도, 울릉도와 독도, 울진 앞바다의 왕돌초 등에 생물학적인 지표가 있다. 연체동물인 소라(뿔소라)와 갈조류인 감태가 대표적이다. 물론 더 많다. 자리돔이나 빨강불가사리도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울릉도와 독도를 생물지리학적으로 '제주구'에 포함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주 바다는 아열대 생물을 전파하는 중간기지를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생물들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적응하고 나서 해류를 따라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리라. 이들 중 제주해역에 정착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변화에 적응을 마치면 생물들은 고유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해역에 해양생물의 핵심지역으로 제주해역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산호전문가 송준임 교수 연구(2004)에 따르면 한국 전체 산호류 중 제주도산의 비중이 높았으며, 고유종의 수도 많았다. 비중의 크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류나 해조류 그리고 다른 무척추동물 무리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나타낸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위기는 기후변화뿐이겠는가?

이곳에 아열대성 해양생물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음이 최근 여러 연구기관에서 밝혀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조짐은 제주도에서부터 나타나곤 한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평균 표층 수온은 빠르게 변하여 지난 80년간 1℃ 이상이나 상승했다. 해수면 매년 4~5mm씩 올라가 지난 4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약 22cm 정도 높아졌다. 오염과 남획 문제도 있다. 이곳저곳 바다에서 신음을 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부터 적절하게 대응하고 적응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서둘러야 한다.<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69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