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6)어느 날 쓴다는 것은-신영배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6)어느 날 쓴다는 것은-신영배
어느 날 쓴다는 것은
  • 입력 : 2023. 04.25(화) 00:00  수정 : 2023. 05. 30(화) 10:35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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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쓴다는 것은 - 신영배




어느 날 쓴다는 것은 일어서는 것

바닥 같은 단어를 짚고

벽 너머의 풍경엔

서 있는 사람들과 죽은 새들

어느 날 쓴다는 것은 어깨를 기울이는 것

무너지는 사람들 옆에서 옆이 되기를

단어는 기울어지며 어깨를 반짝일까

어느 날 쓴다는 것은 동굴을 지나가는 것

죽은 새들을 관처럼 나르며

주머니 속 날개를 만진다

어느 날 쓴다는 것은 온몸이 구겨지는 것

웅크린 사람들에게

가볍고 가벼운 종이 한 장으로

단어는 구겨지며 등을 반짝일까

어느 날 쓴다는 것은

쓰러지는 것

바닥에 닿는 것

주머니 속 단어를 가만히 흔든다



삽화=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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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있다. 절망과 선의와 어떤 힘에 관한 이야기가 기본이다. 바닥 같은 단어를 짚고 일어서는, 알 수 없는 곳에 손을 대고 선다는 건 꿈일지라도 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무너지는 사람들 옆에서 어깨를 기울이며, 그것은 가벼운 종이 한 장에 불과할지라도 어느 날 쓴다는 것은 항상 쓰게 된다는 한 예가 될 것이며, 그 사람 옆으로 기울어지다 쓰러지는 이야기라는 영혼과 영원성이 있다. 웅크린 당신을 위해 온몸이 구겨져 있는 어떤 상태에 줄곧 매달리는 시는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오로지 쓴다는 것과 관련된 것밖에 없는 시간 속으로 천천히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떠나는 당신의 주머니 속에는 같이 가야 할 날개 하나가 있다. '죽음'이다. 이 열정이 다하고 나면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이지만, 주머니 속 단어는 밖으로 꺼내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어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쓴다는 것은 단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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