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봄의 먹거리 나물과 열매

[송관필의 한라칼럼] 봄의 먹거리 나물과 열매
  • 입력 : 2023. 05.09(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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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의 봄은 겨울이 막바지에 세복수초가 피기 시작하면서 시작돼 새끼노루귀, 벚꽃나무 등이 피어나면서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농작물도 유채가 만발하고 무꽃이 피어나며 보리가 노랗게 물들어 가면서 봄이 끝을 향해 달려간다. 농촌에서는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콩, 깨, 고구마 등을 심기 시작하고 산에서는 고사리를 비롯한 각종 산나물과 맛있는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봄의 나물로는 쓴맛과 향기가 일품인 냉이, 알싸한 맛과 향이 좋은 달래, 봄철 초지의 나물 고사리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봄철의 냉이는 시력을 보호하고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고 달래는 칼슘과 비타민이 많고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봄철 입맛을 돋아준다. 고사리는 꺾어 삶고 말려서 나물로 이용하는데 식이섬유가 많고 칼슘 함량이 높은 나물이며 제사상이나 예를 갖추는 행사에 주로 이용한다. 이외에도 과거 제주에서는 잘 먹지 않지만 두릅나무순, 다래순, 오갈피순, 음나무순, 청미래덩굴순 등 다양한 식물의 어린순을 이용했는데 최근에는 제주에서도 모두 삶아 먹거나 짱아지를 만들어 먹고 있다.

봄철에 먹을 수 있는 열매는 '탈'이라고 부르는 산딸기 속 식물의 열매가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장딸기와 멍석딸기 그리고 산딸기로 가장 먼저 장딸기가 달리고 이 열매가 지기 시작하면 멍석딸기와 산딸기 열매가 달려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멍석딸기의 열매는 보리를 수확하는 시기에 열매를 맺기 때문에 '보리탈'이라고 부르는데 멍석딸기의 열매가 맺히는 시기는 7월까지 이어진다. 멍석딸기의 열매는 햇볕이 잘 드는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숲의 가장자리나 초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보리가 익을 무렵 달리는 열매가 있는데 상동나무 열매인 '삼동'이다. 과거 유년기시설 '자왈'이 있는 지역에 자란 장년층에게 그 추억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삼동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어 노화 방지, 활성산소 제거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동나무는 토양이 많은 초지에 자라는 것이 아니라 돌무더기나 박혀있는 돌 주변에서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숲이 됐거나 깎여나가 대부분의 자생지는 사라지고 제주도 동쪽과 서쪽 지역의 일부 지역의 숲 가장자리에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으며 재배가 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제주에서는 상동나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상동나무가 자라는 곳은 숲이 발달하지 않은 초지나 그 가장자리로 개발이 쉽게 이루어지는 등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추억이 사라지는 것처럼 제주의 초지와 관목림이 개발과 환경변화에 무방비로 사라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과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초지와 관목림이 아무 관리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자연보존을 위해 타당한 것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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