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서야… "안전관리 누가 맡지?" 뒷북 논의

사고 나서야… "안전관리 누가 맡지?" 뒷북 논의
자문단 "재해위험 평가 실시·기상 악화시 통제" 권고
산책로 안전 관리 주체 못 정해… 사고 발생하자 협의
  • 입력 : 2023. 05.25(목) 17:39  수정 : 2023. 05. 30(화) 12:46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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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한담 해안산책로로 떨어진 바위 주변을 관광객들이 출입 통제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또다시 낙석사고가 발생한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안산책로에 대해 안전 조치를 누가 해야 하는지를 놓고 관계기관들이 뒷북 협의를 하고 있다. 과거 송악산 해안 절벽 붕괴 당시 관리 책임을 두고 행정기관끼리 핑퐁게임을 하다 도민 사회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제주도 안전관리자문단(이하 자문단)은 앞으로 강풍·호우주의보 등 기상 특보가 발령되면 낙석이 발생한 한담해안산책로 구간에선 사람이 접근할 수 없게 출입을 통제하고,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해위험도평가를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만약 재해위험도평가에서 붕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되면 토석 굴착, 구조물 설치, 건축물 신·증축, 옹벽·축대 변경, 수목 벌채 행위 등이 제한된다. 또 자문단은 낙석 원인에 대해 "빗물이 침투하면서 지지력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4시쯤 한담해안산책로 바로 옆 절벽에서 무게 4t, 크기 3㎥로 추정되는 바위가 산책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담해안산책로에서는 2021년에도 낙석이 발생해 주변이 통제됐었다.

자문단 권고가 나왔지만 앞으로 기상 악화 시 어느 기관이 출입 통제 조치를 할지, 재해위험도 평가 용역은 누가할 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5일 낙석이 발생할 당시에는 애월읍이 출입 통제 조치를, 자문단을 통한 안전 진단은 제주시 안전총괄과가 했다.

시 안전총괄과는 한담해안산책로 전체 구간이 공유수면에 해당한다고 보고, 연안(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곳) 정비사업을 주도하는 도 해양산업과에 공문을 보내 후속 조치를 위한 협의를 벌였지만 해당 부서는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회신했다.

도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산책로 진입로 자체는 지목상 도로로 되어 있고, 또 국토교통부 소유 국유지이여서 (해양 쪽 담당인) 우리 부서는 재산관리관이 아니다"면서 "이런 이유로 우리 업무가 아니다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낙석 사고가 발생한지 20일이 지났지만 제주시는 아직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미리 관리 주체를 정할 수 없었는지, 낙석 사고가 나서야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관계기간 간 협의를 거쳐 후속 조치를 누가 할지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송악산 해안 절벽 붕괴가 반복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서귀포시와 세계유산본부가 관리 책임을 서로에게 떠밀어 도민사회 질타가 이어지자 제주도는 2021년 기획조정실 주관으로 뒤늦게 회의를 열어 관리 주체 문제를 봉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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