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제주포럼 새 활로 모색 시점 도래했다

[고대로의 백록담] 제주포럼 새 활로 모색 시점 도래했다
  • 입력 : 2023. 06.12(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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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18회 제주포럼이 열렸다.

거대 담론의 주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다.

올해는 국내외 20여 개 기관, 400여 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50여 개의 세션이 진행됐고 외교안보·한반도·경제·환경 등 신산업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제주포럼이 끝난 후 제주자치도는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에 모인 세계 집단지성들은 감염병과 기후변화 위기, 신냉전 기류 등 지구촌을 위협하는 대외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지역을 떠나 세계인 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함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대 담론으로 꺼낸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포럼 폐막 세션에 참석해 발표한 '제주선언문'에서도 이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 지사는 '제주선언'을 통해 "국제기구와 지역기구, 정부와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연대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지방외교 시대를 제주가 앞장서서 펼쳐 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청정에너지 대전환은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 섬을 실현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선언문'에는 제주포럼 참석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에 대한 굳은 의지와 다짐을 담아야 하는데 도정의 주요 정책 나열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제주선언문 내용은 제주도정 홍보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20여 억원이 들어가는 제주포럼의 실효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무미건조한 일이다.

지난 2019년 블록체인 산업 취재를 위해 블록체인 성지인 스위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스위스 다보스는 인구 1만명의 작은 마을이다. 매년 1~2월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는 전 세계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세계경제포럼이 됐다. 포럼에서 논의된 사항은 세계 무역기구(WTO), G7 등 국제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민간에서 시작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정부기구로 평가받고 있는 다보스포럼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참가비와 연회비에 있다고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참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제주포럼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보스와 제주포럼 상황을 무턱대고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은 영향력과 위상 유지에 그친다면 아예 중단하는 게 여러모로 유용할 것이다.

지난 2001년 6월 출범한 제주포럼이 동북아 지역 대표 외교·안보포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하다. <고대로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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