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길까…" 한숨 커지는 제주 수산업계

"손님 끊길까…" 한숨 커지는 제주 수산업계
[르포] 오염수 방류 초읽기 제주시내 수산시장 돌아보니
도내 상인들 "경매장에 손님 발길 줄어… 매출 반토막 체감"
소비자 불안감에 소비위축… 어업인, 현수막 내걸어 반대도
  • 입력 : 2023. 06.18(일) 17:52  수정 : 2023. 06. 19(월) 17:51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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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주시 서부두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제주시에서 그나마 수산물 경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인데, 요즘에는 정작 수산물 사려는 손님보다 팔려는 상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8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서부두수산시장에서 만난 40대 상인 A씨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시장 바로 뒤쪽에 위치한 제주시수협 수산물 산지위판장에는 제주 바다에서 잡힌 갈치, 한치, 옥돔 등 수산물이 들어와 중도매인을 통해 거래된다. 특히 주말에는 당일 경매한 싱싱한 수산물과 해산물을 사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난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운전 소식이 들려온 이후 서부두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주문 물량도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시기에는 타 지역에서 갈치, 한치 등을 진공 포장한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문 물량이 1년 전과 비교하면 7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보통 하루 주문 물량이 10건 정도 들어왔는데, 요즘은 3건 정도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대로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고 정부의 대책도 뚜렷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며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에도 수산물 업계가 직격탄을 맞지 않았나. 아직 방류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소비 심리가 벌써부터 위축된 느낌이 들어 손님이 끊길까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20여년째 수산물을 판매하는 또다른 상인 B(70)씨는 '오염수'라는 단어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거렸다. B씨는 "이른 아침부터 나왔는데 지금 하나도 못 팔았다. 매출이 반토막 됐다. 장사가 안되니 물건을 저장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다"며 "분위기가 너무 안좋다. 오염수 관련해서 이곳저곳에서 너무 많이 얘기들이 나오니깐 장사가 더 안되는 것 같다. 다른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수산물 산지위판장 입구에는 제주시 선주협회·어촌계장협의회·해녀협회의 이름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등 도내 곳곳에서 어업인들이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상국기자

이처럼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도내 수산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어민, 해녀, 횟집 등 수산업 관련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수산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역시 불안함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이날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수산시장에 장보러 나온 도민 김모(52)씨는 "방사능 검사를 해서 안전하다고 해도 만약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을 사서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뢰를 받아 시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 결과를 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 감소폭은 44.6~48.8% 수준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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