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4)숨골 탐방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4)숨골 탐방
"제주의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 입력 : 2023. 06.19(월) 00:00
  • 고대로 이태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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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도개발공사-제주지질연구소-제주환경운동연합
지난 17일 '숨골 보전 위한 어린이 탐방프로그램' 진행
숨골·용천수 직접 보고 들으며 지하수 보전 중요성 공감

[한라일보] "숨골와 용천수를 직접 보고 제주의 생명수 지하수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제주지역 어린이들이 제주의 숨골 탐방을 통해 제주의 물의 가치를 알아가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는 현무암질 용암류로 이뤄진 섬이기 때문에 투수성이 높다. 숨골은 빗물을 땅속으로 빠르게 들어가게 만들어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숨골을 통해 오염된 빗물 등 오염원이 지하로 유입되면 지하수의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숨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하수 오염방지를 위해 오염된 물이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가 중요한 실정이다.

금능해수욕장 인근 용천수 단물깍에서 인화초등학교 학생들이 최슬기 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라일보와 제주도개발공사, 제주지질연구소,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공동으로 숨골 보전을 위한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인화초등학교 3~6학년 학생 12명과 담당 교사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인화초등학교(교장 윤정애)는 올해 기후변화환경교육연구학교로 선정돼 자원순환과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소재 숨골, 한림읍 금악리 숨골 등 3곳과 금능해수욕장 인근 용천수가 솟아나는 단물깍을 찾아 직접 눈으로 제주 자연과 환경의 가치를 확인했다.

먼저 학생들은 애월읍 소길리 소재 숨골과 금악리 소재 숨골을 차례로 찾았다. 숨골 탐방에서는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의 제주 숨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강 소장은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지질학적인 설명을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하나하나 풀며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한림읍 금악리 숨골에서 학생들은 함몰지역으로 직접 들어가 숨골 내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단물깍 용천수에 서식하는 생물을 채집하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숨골 전경(①).

①의 숨골 내부 모습.

이날 찾은 금악리 숨골은 밝은오름 주변 목장지대에 소재해 있다. 주변에 작은 도랑들은 있지만 하천은 없다. 밝은오름 분화구 앞쪽에는 직경이 100m 이상인 대규모 함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함몰지는 투물러스가 붕괴돼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함몰지는 주변 지형보다 낮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폭우 시 주변 빗물이 이곳으로 쏠리게 돼 있다. 함몰지 안에는 3~4개의 숨골이 분포해 있었다. 숨골은 나무와 가시덩굴, 이끼가 낀 돌 등으로 덮여져 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이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목장지 내 숨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강 소장은 "숨골은 지하수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면서 "숨골에 들어온 빗물은 용암동굴을 따라 그대로 하류로 배출될 수 있고, 아니면 용암류가 깨진 절리를 통해 대수층으로 하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이 말한 대수층은 지표에 내린 비와 눈의 일부가 땅속으로 침투해서 지하수가 되고, 중력작용으로 아래쪽으로 흘러 불침투성인 점토층에 가로막혀서 생긴 지하수층을 말한다.

강 소장의 설명을 듣고 난 뒤 탐방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숨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숨골 안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혁준(6학년·전교회장) 군은 "숨골로 들어간 빗물이 우리가 마시는 물과 관련이 있다는게 신기하다"면서 "다음에 또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다른 곳에 있는 숨골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슬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이날 숨골 탐방과 더불어 금능리 소재 용천수가 솟는 단물깍도 방문했다. 용천수 탐방에서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최슬기 생태보전국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최 국장은 "지하에서 물이 흐르는 층을 따라 이동하던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아나오는 곳을 용천이라 하고 이 물을 용천수라고 한다"면서 "숨골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데 최근에는 난개발 등으로 제주의 생명수가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단물깍은 언제 생겼는지는 알기 어렵다. 해변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간조에는 소금기가 많아 먹을 수 없었지만, 만조가 시작되면 단맛이 난다고 해 예로부터 이 용천수를 이용하는 속칭 장수(사)코지 주민들이 단물깍이라고 불렀다고 알려졌다.

특히 예전 상수도가 없을 때 바다에 용천수를 가둬서 주민들이 우물처럼 사용한 곳으로, 두 곳으로 나눠 한 곳은 식수로 사용했고, 한 곳은 목욕 및 생활용수로 이용했다. 현재는 여름철 관광객 및 지역 주민들이 물놀이 후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한라일보와 제주도개발공사, 제주지질연구소,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숨골 보전을 위한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이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목장지 내 숨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채은(6학년) 양은 "숨골과 용천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우리가 마시는 제주의 지하수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이를 보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오늘 본 숨골과 용천수에 대해 이야기 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화초등학교 강유진 문화예술 전담교사는 "제주 지하수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됐다"면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속 진행돼 미래세대를 이끌어나갈 어린이들이 제주 지하수의 소중함을 배워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고대로 정치부국장·이태윤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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