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문화 노마드 위한 ‘문화도시 서귀포시’의 고민

[백금탁의 백록담] 문화 노마드 위한 ‘문화도시 서귀포시’의 고민
  • 입력 : 2023. 06.19(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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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서귀포시가 '2023년 올해의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문화도시 성과발표회에서 전국의 문화도시를 대표하는 '올해의 문화도시'로 서귀포시를 낙점했다. 시는 자연부락인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露地)문화 서귀포'의 주제로 주민들이 자연에 적응하고 자연을 활용하며 이룬 삶의 문화를 지향하는데 초점을 맞춰 문화사업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지역문화의 '모세혈관' 곳곳에 영양가 있는 혈액을 공급하는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의 역할이 컸다.

서귀포지역에는 이중섭, 변시지 등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각종 하드·소트웨어적인 문화 인프라가 풍부하다. 특히 최근 이중섭미술관 신축을 비롯해 앞으로 원도심의 문화벨트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할 문화광장 조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시는 기존 이중섭미술관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 2층·지상 3층의 규모로 2026년 미술관 신축 개관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문화광장 조성과 관련해 당초 조성 계획이던 저류지 장소를 동홍천 상류로 옮겨지면서 순수 광장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숲과 주차장 등 필요한 시설만을 우선 구비한다는 계획이다. 공간 활용에 있어 조급하게 시설만 따질 부분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이다. 순수 '백지' 상태에서 제주도민이나 관광객 등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광장. '문화 난장'이 더 값어치가 있다는 개인적 판단이다.

시는 여러가지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심속 올레길 '하영올레' 개장을 비롯해 새섬과 새연교와 연계한 각종 이벤트 개최, 그리고 최근 웰니스도로 개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야간경관조명사업까지 보태면서 밤낮으로 즐길 거리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이자, 인간의 삶에 있어 정신적 풍요를 주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정신적 충만이야 말로 웰빙과 직결되는 부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는 기존의 하드웨어적인 기반 시설 구축뿐만 아니라 문화 향유자에게 얼마큼 세련된 문화관광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고심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예술단체,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모두가 문화 난장에서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제공과 세부적인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그 세련된 행정의 향방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변과 같다.

탁 트인 문화광장에서 누구나 쉽게 공연하고 이를 감상하고, 문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리고 이들 문화 노마드들은 자연스럽게 도심 문화벨트를 따라 '유목'한다. 자연스럽게 지역경제는 살아난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기존의 것을 얼마큼 잘 연결하고 개발해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 문화행정의 성패를 가늠한다. 때문에 행정은 문화정책의 방향 설정에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백금탁 제2사회부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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