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47] 3부 오름-(6)다랑쉬오름, 지명에 담긴 미스터리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47] 3부 오름-(6)다랑쉬오름, 지명에 담긴 미스터리
수많은 역사서에 저마다의 이름으로 기록
  • 입력 : 2023. 07.18(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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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보다 깊은 분화구
분출 당시 모습 그대로




[한라일보] 다랑쉬오름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6번지이다. 동그랗게 형성된 분화구가 마치 컴퍼스를 대고 그린 듯하다. 오름의 정상에서 분화구를 내려 보는 순간 탐방객들은 탄성을 지르게 마련이다. 분화구의 직경은 오름 기저 직경의 ¼ 정도다. 마치 깊은 깔때기 모양 같다. 최대 깊이는 115m로서 백록담 108m보다도 깊다. 그러나 물이 잘 빠지는 스코리아로 구성되어 있어서 화구호는 발달하지 않는다.

다랑쉬오름.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진

폭발하듯 강렬한 분화가 특징인 스트롬볼리식 분화로 만들어진 오름이다. 이런 화산은 화구 위로 방출된 화산쇄설물이 화구 주변에 떨어져 쌓이면서 원추형의 화산체를 만든다. 구성 물질은 마그마로부터 유래한 적색 또는 흑색의 다공질 화산쇄설물인 스코리아로서 제주도에서는 '송이'라고 부른다.

스트롬볼리식 분화 활동으로 분석구 위에 떨어진 스코리아는 지속하여 굴러떨어지면서 화산체가 형성되므로 스코리아 콘의 사면은 애추의 특징을 지닌다. 애추(崖錐)란 테일러스(talus)라고도 하는 지형을 가리키는 용어다. 풍화된 암석(암설)이 중력 작용으로 급경사면에서 떨어져 내려 퇴적한 반원추형 지형을 말한다. 건조지역의 협곡 벽이나 동결 융해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빙식 계곡의 측벽, 단층애, 하안, 해안 등 풍화가 왕성한 지역에 형성되기 쉽다.

이런 식으로 형성되는 화산체는 사면의 각도가 30°에 가까운 직선 사면을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원추형을 이룬다. 다랑쉬오름은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화산체가 거의 온전히 남아 있어 특유의 형태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것이 여타의 많은 오름에 비해서 빼어난 경관을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제주도의 화산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게 많으나 오랜 세월 지나면서 대부분 침식돼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형태는 많지 않다.



제주도 오름 평균 2.8배의
압도적 높이



스코리아 콘은 규모가 크더라도 높이가 200~300m 이하라고 한다. 제주도의 경우 화산체의 높이는 14~167m로 평균치는 81m이며, 전체의 71.4%가 41~120m의 범위에 들어간다. 화산체의 기저 직경은 158~988m, 평균치는 591m이며, 침식작용을 거의 받지 않은 스코리아 콘의 높이는 기저 직경의 0.15배로 알려져 있다.

다랑쉬오름 분화구. 사진=김찬수

이 오름은 해발 155m에 만들어졌다. 정상은 해발 382m, 화산체의 높이는 227m다. 제주도 내 오름의 평균 높이 81m의 2.8배나 되는 높이다. 더욱이 이 일대는 해안에서 중산간 지역에 이르기까지 완만한 지형을 가지므로 멀리서도 볼 수 있다. 이 오름을 오르면 아끈다랑쉬오름·돝오름, 손자봉, 용눈이오름, 은월봉, 높은오름, 아부오름, 동거문오름 등 일대에 밀집한 수많은 오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오름은 비고에서 다른 오름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둘레 3391m, 기저 직경 1013m로서 전체적으로 규모도 크다. 평균 경사각 28° 정도를 유지하는 화산체의 형태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스트롬볼리식 분화로 형성된 분석구로 되어있어서 지형의 큰 변화 없이 단조롭다. 이런 연유로 등고선으로 표현하면 사면이 동심원으로 그려질 만큼 동그란 원추체를 이룬다. 이런 형태적 특성과 함께 어느 방향에서나 거침이 없게 보이는 기하학적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다랑쉬오름은 일대의 다른 오름들을 압도하는 높이와 경관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이외에도 그 이름 '다랑쉬'라는 지명이 주는 이색적인 언어구성과 어감으로 더욱 얘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다랑쉬라는 지명엔 어떤 뜻이 들어있을까? 이제부터 그 미스터리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역사에 이 이름을 기록한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1530년에 간행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다랑시악(多郞時岳)으로 되어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란 책은 조선전기의 대표적인 관찬 지리서다. 이 책은 세 차례의 수교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의 '동국여지승람'은 1481년(성종 12) 50권으로 편찬되었다. 여기에 속편 5권을 합쳐 전 55권으로 완성한 것인데, 이에 '신증(新增)'이라는 두 글자를 삽입하여 간행한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다랑시악이라는 지명은 이 오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일 것이다. 지금부터 493년 전이다.



기록상의 이름만 8개
다랑쉬오름의 뜻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이 나온 지 123년이 지난 1653년에 나온 탐라지에는 대랑수악(大郞秀岳)으로 나온다. 이 책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읍지다. 제주목사 이원진이 편찬하고 제주도의 석학인 고홍진(高弘進)의 감교(監校)로 완성되었다.

1860년대에 나온 '대동지지'에도 대랑수악(大郞秀岳)으로 나온다. '대동지지'(大東地志)란 대동여지도를 간행한 1861년 이후부터 1866년경 사이 김정호(1804∼1866)가 편찬한 전국지리지이자 역사지리서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18세기 중반에 간행한 '제주삼읍도총지도', 1872년 '제주삼읍전도'에도 대랑수악(大郞秀岳)으로 나온다. 이와는 다소 다르게 1899년 '제주군읍지'에는 다랑수악(多浪秀岳)으로 표기했다.

이외에도 1937년 '조선환여승람'에 다랑시악(多郞時岳)으로 나오고, 일제강점기 지도에는 월랑봉(月郞峰)으로 표기했다. 이 월랑봉이라는 지명은 이후 오래 통용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다랑쉬오름으로 표기한다. 그 외에도 인근 비문들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월랑수악(月郞秀岳), 월랑수(月朗岫), 월랑수(月郞峀) 등으로도 표기했다고 한다.

문자화한 이름만으로도 다랑시악(多郞時岳), 대랑수악(大郞秀岳), 다랑수악(多浪秀岳), 월랑봉(月郞峰), 월랑수악(月郞秀岳), 월랑수(月朗岫), 월랑수(月郞峀), 다라쉬오름(다랑쉬오름) 등 8개가 추출된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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