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레오름은 다래오름의 다른 표기
[한라일보] 들레오름은 제주시 월평동에 있다. 표고 347.9m, 자체높이 40m다. 고전을 비롯한 기록에는 두내봉(斗內峰), 두래악(斗來岳), 월라산(月羅山), 월래악(月來岳), 월하악(月下岳), 월평봉(月坪峰), 반월악(反月岳) 등 대략 7개의 지명이 나온다.

들레오름 남쪽 등성이 월평동 다라쿳 일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김찬수
그중 두내봉(斗內峰)과 두래악(斗來岳)은 들레오름을 음가자로 쓴 것이다. 월라산(月羅山), 월래악(月來岳), 월하악(月下岳) 등은 ‘달 월(月)’의 훈음 달을 차용하고, ‘라(羅), 래(來), 하(下)’의 음을 차용한 방식이다. 월평봉(月坪峰)은 ‘ᄃᆞᆯ(月)’이라는 훈가자와 ‘드르 평(坪)’이라는 훈독자를 차용하여 ‘위가 평평한 오름’을 나타내려 했다. 이 일대를 ‘다라쿳’ 혹은 ‘다라콧’이라고도 부르는데, 평평한 숲이라는 뜻이다. 월평에 있는 오름이라는 뜻에서 붙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름이 먼저 있고 그 오름 가까이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붙은 이름이 월평이다.
반월악(反月岳)의 ‘반(反)’이란 본래 ‘되돌릴 반’이지만 ‘돌릴 반(反)’으로 보고 ‘ᄃᆞᆯ’이라는 음을 나타내려고 쓴 것이다. ‘월(月)’은 그대로 훈가자 ‘ᄃᆞᆯ’을 나타낸다. 따라서 반월악(反月岳)은 ‘ᄃᆞᆯ’의 첩어구조로서 ‘ᄃᆞ래오름’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본 기획에서 설명한 돌오름(안덕면 상천리), 신산오름(ᄃᆞᆯᄆᆞ르, 안덕면 신산리), 다래오름(안덕면 감산리), ᄃᆞ라미(월라봉, 신효동), 월산봉(강정동) 등이 모두 어원을 같이 한다. 위가 평평한 오름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빙 둘러진 오름’이라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쳇망과 망체, 체와 무관
이름이 거의 같은 오름이 있다. 들리오름이다. 제주시 오등동 158번지, 표고 542.4m, 자체높이 47m다. 고전에는 월래악(月來岳), 야래악(野來岳), 시두석산(腮頭石山), 시뢰(腮磊), 낭지(狼旨) 등으로 나오고,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에는 들위오름으로 표기했다. 드물게 궁래악(躬來岳)으로 검색된 사례도 있다. 천망악(天望岳), 들레오름, 들리오름, 두루ᄆᆞ를, 두리ᄆᆞ를동산, 쳇망오름, 망체오름 등으로도 부른다.

들레오름, 동쪽 첨단동길에서 촬영. 김찬수
월래악(月來岳)은 위의 들레오름의 지명에도 똑같이 나온다. 야래악(野來岳)은 ‘들+래’로서 역시 ‘들래오름’을 표기했다. 시두석산(腮頭石山)의 ‘시(腮)’는 ‘뺨 시’다. 뜻과는 무관하게 ‘지(旨)’의 변음 ‘시’를 표기하려고 동원했다. ‘ᄆᆞ르’라는 뜻이다. ‘ᄆᆞ르 지’는 당시 ‘ᄌᆞ’로 발음했으므로 격음화 현상으로 ‘체’로 나타날 수 있다. ‘두(頭)’는 ‘머리’로서 ‘ᄆᆞ르’를, ‘석(石)’은 ‘돌 석’으로서 훈가자 ‘ᄃᆞᆯ’을, ‘산(山)’은 ‘ᄆᆞ르’를 표기하려고 동원했다. 그러므로 이 지명은 ‘ᄆᆞ르들ᄆᆞ르’로서 ‘들래ᄆᆞ르’ 즉, ‘위가 ᄆᆞ르처럼 평평한 오름’을 나타내고 있다. 덧붙이자면, 1527년 훈몽자회에는 오늘날 ‘체 사(簁)’로 읽는 한자를 ‘체 싀’로 읽으라고 나온다. 그러므로 쳇망이라고 부르는 오름을 ‘싀ᄆᆞ르’라 했음을 알 수 있고, 굳이 시두석산(腮頭石山)이라고 한 것은 ‘싀ᄃᆞᆯᄆᆞ르’를 표기한 것이다. 알갱이나 액체를 거르는 체와는 관계가 없다.
‘시뢰(腮磊)’는 ‘시+뢰’의 구조다. ‘시(腮)’는 역시 ‘ᄆᆞ르 지(旨)’의 변음으로서 ‘ᄆᆞ르’를 나타내고 있다. ‘뢰(磊)’라는 글자는 ‘돌무더기 뢰’라고 한다. 그런데 1631년 중간두시언해에서는 ‘뢰(礧)’로 쓰였다. 이 한자를 ‘머흘 뢰’라 하는데, 머흘이란 ‘험하다’, ‘궂다’의 뜻이다. 간혹 돌무더기라고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엉뚱한 해석이다. 험하다, 궂다라고 해석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도 이 오름 지명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글자는 훈가자 ‘머흘’ 즉, ‘ᄆᆞ르’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한 글자다.
들레·들리는 '위가 평평한'
낭지(狼旨)라는 지명의 ‘낭(狼)’은 ‘이리 낭’ 자지만 ‘ᄂᆞᄌᆞᆫ’ 혹은 ‘ᄂᆞᆽ’을 표기한 글자다. ‘낮은 ᄆᆞ르’의 뜻이다. 궁래악(躬來岳)의 경우, ‘궁(躬)’은 ‘몸 궁’ 자다. 훈가자 어두음 ‘모’를 취했다. ‘래(來)’는 뜻과는 무관하게 음을 취했다. ‘ᄆᆞ르’를 나타내고 있다.

어대오름, 구좌읍 덕천리 소재, 북쪽에서 촬영. 김찬수
천망악(天望岳)이란 쳇망오름, 망체오름이라고고 불리는 지명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쳇망오름 혹은 망체오름의 쳇망, 망체란 대나무 따위로 둥글게 만든 체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체’란 ‘ᄆᆞ르 지(旨)’의 격음화 표기다. ‘망’이란 ‘ᄆᆞ르’의 변음을 한자화하면서 나온 글자 ‘망(望)’에서 기원한다. 나머지 두루ᄆᆞ를, 두리ᄆᆞ를동산, 들레오름, 들리오름 등은 모두 위의 들레오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가 평평한 오름이라는 뜻의 ‘들레오름’의 변음들이다. ‘들레’는 ‘둘레(圓)’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름이 둥그렇게 둘러서 있다는 데서 부르는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거리가 먼 얘기다.
어대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있다. 표고 210.5m, 자체높이 55m다. 보는 방향에 따라 능선이 길게 늘어져 보이기도 하고 평평해 보이기도 한다. 1709년 탐라지도를 비롯한 고전애에 어대오름(魚黛岳), 어대악(魚垈岳), 어대악(魚岱岳), 덕천악(德泉岳), 어대악(御垈岳)으로 표기했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 어대오름으로 표기했다.
어대오름(魚黛岳), 어대악(魚垈岳), 어대악(魚岱岳), 어대악(御垈岳) 등 같은 음 다른 한자표기로 볼 때 고유어 기원임을 알 수 있다. 이 지명들은 ‘어+대+악’의 구조다. ‘대’는 위의 들레오름, 들리오름 등과 위에서 예를 든 다래오름들과 기원을 같이 한다. ‘위가 평평한’의 뜻이다. 그러면 앞에 붙은 ‘어’는 무슨 뜻인가?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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